비에드마를 떠나 바이아블랑카로 이동하는 날이다.
Bahía Blanca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남서쪽으로 800여 km 떨어진 항구 도시다. 도시 이름이 White Bay, 하얀 만(灣)을 뜻한다. 항구 시설, 군사 시설, 공업 시설 등을 갖추고 있고, 인구는 30만 정도라고 한다.
비에드마 버스터미널 이동을 위해 카를로스가 전화로 택시를 불렀다. 숙소의 깔끔함과 세심한 세팅이 너무 인상적이라 번역기를 돌려 카를로스에게 물었다.
'순전히 내 호기심인데 너 몇 살이냐?'
"65, 너는?" "67"
"난 네가 나보다 젊다고 생각했는데..."(의례적인 소리라고 봐야지!)
"카를로스, 너 직업이 뭐냐?" "상하수도 엔지니어였어. 지금은 은퇴했고. 너는?"
"기계공학 교수였어. 작년에 은퇴했고."
"우리 둘 다 엔지니어 출신인 거네..."
"혼자 사냐?" (왓츠앱 프로필 사진에 성장한 자식들은 있는데...) "혼자 살아."
"아내는 없고?" "아내는 없고 여자친구는 있어."
택시가 도착하는 바람에 더 이상 캐묻지 못했다. 아내보다 여자친구가 더 좋으냐고 묻고 싶었는데...
혼자 사는 집안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차고와 뒷마당 역시 흐트러짐이 전혀 없다. 차고에 있는 10년 정도 된 푸조 308도 바디에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렇게 깔끔한 남자와 어떤 여자가 같이 살기 무척 힘들었겠지 하고 상상해 본다.
비에드마를 벗어나자 좌우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한다. 한없이 똑바른 길은 계속되고 좌우 지평선도 마찬가지지만 나무들이 군데군데 보이기 시작하고 엄청난 크기의 농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옥수수밭도 보이고 곳곳에 서있는 많은 농기계들이 곡창지대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똑바른 길이라면 굳이 사람이 운전을 할 필요 있을까 싶다.
Bahia Blanka로 이동이 이번 방랑에서의 마지막 버스이동이다. 앞으로의 이동은 전부 비행기다. 마지막 버스이동이라 생각하니 아쉽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다. 'Via Tac' 회사의 2층 버스는 1층은 Cama 좌석이고, 2층은 Semi Cama 좌석이다. 이번에도 좌석(칠레는 Aciento, 아르헨티나는 Butaca) 번호 19번이다. 19번 좌석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바로 뒤의 Semi Cama 좌석이다. 이 좌석이 좋은 이유는 앞 좌석이 없어 뻥 뚫린 공간감에 시원하다. 180도 이상의 시야도 확보된다. 이제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을 일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네.
생각해 보니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서 시작하여 푸에르토나탈레스, 엘칼라파테, 리오가예고스, 푸에르토산훌리안, 코모도로리바다비아, 트렐류, 라스그루타스, 비에드마, 바이아블랑카까지 9번의 연속 버스이동이었다. 다행히 아무 사고도 없었다. 버스 이동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총길이는 3,000km에 육박한다. 파타고니아가 넓기는 정말 넓다.
네 시간 만에 길고 하얀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 플랫폼의 일직선 배치가 인상적이다. 30만 인구 도시의 인프라가 파타고니아 작은 도시들의 인프라와 비교된다. 우버가 작동하지만 택시 승차장에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다. 아줌마 택시기사들이 제법 있다. 미터요금에 1,000페소 정도의 팁을 주면 너무 좋아한다. 아르헨티나에 택시요금에 팁문화가 없어서일까?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LADE( Líneas Aéreas del Estado, https://lade.faa.mil.ar/index.html )란 항공사가 있다. 아르헨티나 정부 소유의 항로개발 항공사라고 한다. 특이한 것은 아르헨티나 공군이 직접 운영한다는 것이다. 어떤 항공기 기종인지 몰라도 어쨌든 군용기다. 수익성 없어 민간항공사들이 가지 않는 곳을 수익성이 생길 때까지 연결하는 항공사란다. 본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다. 주로 파타고니아의 작은 도시들을 연결한다.
10년 전 엘카라파테에서 우수아이아까지 한 번에 버스로 이동을 했다. 장거리 구간인데 우수아이아와 가까운 리오그란데에서 큰 버스에서 미니버스인 벤츠의 스프린터로 옮겨 탔다. 리오그란데에서 우수아이아까지는 두 시간이 좀 넘게 걸리는데 그 경치가 난 너무 좋았다. 그때 든 생각이 리오그란데까지 비행기 타고 와서 렌터카를 몰고 우수아이아로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그것을 시도하려고 리오그란데에 착륙하는 비행 편을 찾다가 LADE란 항공사를 알게 되었다. LADE의 항공편은 스카이스캐너에 나오지 않는다.
바이아블랑카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 구간은 버스로는 10시간 전후의 시간이 소요되는 장거리 구간이다. 마침 이 구간을 LADE가 연결한다. 가격(119,000페소)도 착해서 LADE의 항공편을 구매했다. Mar del Plata를 경유하지만 비행기를 갈아 타지는 않는다. 방랑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이다. 뜨고 내리면서 일대를 조망할 수 있으니까...
바이아블랑카에서 3박 하고, 군용기 타고 부에노스아이레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