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y Art

by 재거니

아침에 면도를 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


웬 낯익은 노인이 나를 보고 있다. 머리는 거의 다 벗겨지고, 양쪽 눈 밑에는 누운 반달 두 개가 도톰하게 튀어 오르고, 입가 양쪽에 '괄호 열고 괄호 닫고' 모양의 주름이 잡히고, 괄호 아래로 팔자 모양의 선이 뚜렷하다. 낯익음은 5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 탱탱하던 얼굴에 주름이 생긴다. 눈가, 입가를 비롯하여 얼굴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Face ID가 갑자기 작동 안 할 수 있겠다) 당연한 것이라 별 생각하지 않았다. 방랑길을 함께한 책( https://brunch.co.kr/@jkyoon/906 )에 이런 변화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있다. 모든 피부 밑에는 지방이 층을 형성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이 지방층이 갈라지고 쪼개져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동의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중력이다. 광대뼈 위에 위치했던 지방이 아래로 내려와 노인들의 입가에 생기는 전형적인 괄호 주름을 만든다는 설명이다. 지방이 빠져 늘어진 피부가 주름을 만든다.


어르신의 얼굴 성형은 결국 이 지방층의 재배열이다.

뭉친 지방은 제거하고, 빠진 곳은 보충하는...


시간이 지나면 재배열한 지방도 이동한다. 전보다 더 흉한 모습이 될 수도 있다. 재성형? 성형중독의 시작?


피부 밑의 지방이 빠져나가 생기는 부작용(?) 중에 '지방패드위축증'( https://brunch.co.kr/@jkyoon/517 )이란 것이 있다. 발바닥의 피부와 뼈 사이에는 상당한 양의 지방이 일종의 패드역할을 하는데, 나이 들면 지방층이 소실되어 걸을 때 특히 발 뒤꿈치가 아픈 증상이다. 10여 년 전부터 난 이 증상을 겪고 있다.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모든 신발에 추가 패드를 넣고, 실내에서도 뒤꿈치 패드가 있는 실내화로 버티는 중이다.


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을 먹는다고 도망가는 지방층을 붙잡을 수는 없다.




아르헨티나에 문신을 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날이 따뜻한 파타고니아 북쪽으로 올라오니, 사람들의 노출된 피부가 더 많이 보인다. 젊은 사람, 나이 좀 있는 사람 할 것 없이 여기저기 다양한 문신들이 보인다. 개성의 표현이라지만 문신한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개성의 표현이 아니고 일종의 유행 아닐까 싶다. 습관이거나...


젊은 여인의 탱탱한 피부에 있는 큰 문신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이 든 할머니 팔뚝의 큰 문신을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젊을 때 탱탱했을 피부가 나이 들어 쭈글쭈글해졌다. 갈색의 주름진 피부 위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문신이 흉측하게 남아 있다. 늙어 피부가 탄력을 잃고 쭈그러든 것도 슬픈데, 거기에 괴상한 모습으로 변한 문신까지 있는 것이 보기에 영 불편했다. 나의 불편함과 나의 안타까움일 뿐이다.


아르헨티나에 왜 이렇게 문신한 사람들이 많은 거냐고 AI에게 물었다.


아르헨티나 여행을 하시다 보면 팔이나 다리, 심지어 목까지 화려하게 문신(Tatuaje)을 한 사람들을 정말 흔하게 보셨을 거예요.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인구 대비 문신을 가장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문신에 열광하는 데는 몇 가지 흥미로운 문화적 배경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축구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인 메시와 마라도나는 몸에 문신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많은 팬들이 이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똑같은 문신을 새기거나 그들의 얼굴, 등번호(10번)를 몸에 새깁니다. 그리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 이후, 우승컵이나 메시의 얼굴, 우승 날짜 등을 문신으로 새기는 것이 아르헨티나 전역에서 엄청난 붐이 일었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 문신은 단순한 '낙서'가 아니라 중요한 자기표현의 수단입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비롯한 대도시에는 수준 높은 타투 아티스트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문신을 하나의 '신체 예술(Body Art)'로 여기며, 자신의 가치관, 가족의 이름, 혹은 겪어온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몸에 기록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이나 일부 동양권 국가와 달리 아르헨티나에서 문신은 사회적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나 공무원들도 문신을 한 경우가 많고,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드뭅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문신을 즐기기 때문에, 60대 어르신이 자녀나 손주의 이름을 새긴 문신을 보여주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인구의 대다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계통의 후손입니다. 유럽 남부의 개방적이고 예술적인 기질이 아르헨티나의 정서와 결합하면서, 신체를 꾸미는 문화에 대해 훨씬 더 관대하고 열정적인 성향을 띠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요인은 사회적 제약이 거의 없는 것 아닐까? 아무도 이상하게 안 본다는 것. 나 빼고...


귀걸이 한 남자들이 많다. 이것도 개성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 사실 나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귀걸이를 하건 목걸이를 하건 내가 관여할 바 아니다. 단지 궁금할 뿐이다. 쓸데없는 호기심이다. 무슨 의도로, 무슨 목적에, 무슨 생각으로 했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냥! 해보고 싶어서...'


코걸이를 한 사람도 제법 보인다. 특히 코가 뾰족하게 솟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콧구멍도 진짜 길고 크다. 그 긴 콧구멍에 코걸이를 해도 구멍에 여유는 많다. 그렇지만 궁금하다. 코걸이를 하고 있으면 코를 어떻게 풀까? 안 푸나? 잘 때도 하고 자나? 빼고 자나? 코딱지를 파지도 않겠지?


참 궁금한 것도 많다.

Gaiman의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