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men de Patagones

상대의 존재가 내 삶의 일부

by 재거니

비에드마가 네그로 강가의 도시인데, 강 건너편이 카르멘디파타고네스(줄여서 파타고네스)다. 어제저녁 늦게 비에드마 숙소에 체크인을 했고, 잠도 제대로 못 자 피곤해서 숙소에서 쉴까 했는데, 하늘이 너무 파랗고 기온도 오늘은 아주 쾌적하다.


내 여생에 이런 날 또 없다.


정오에 차려입고 숙소를 나섰다. 집주인 카를로스가 200m만 가면 네그로 강변인데 아주 좋다고 강추하길래 강변으로 일단 방향을 잡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지만 바람은 좀 있다. 늦여름이나 초가을 느낌이 난다. 네그로 강에는 큰 다리가 하나 있어 비에드마와 카르멘디파타고네스를 이어준다. 그렇지만 강변에 소위 나룻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룻배 타는 곳에 거의 도착하는데 자그마한 배가 선착장을 떠나는 것이 보인다. 5분만 더 일찍 나올걸 하고 후회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방랑자가 뭐가 급하다고.' 제법 넓은 강폭을 가진 네그로강은 녹색이다. 강물은 부유물도 없이 깨끗해 보인다. 카를로스가 여기서 사람들이 수영한다고 했다.


사진 몇 장 찍으며 나룻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나룻배는 금세 돌아왔고 다섯 명의 승객이 내린다. 요금은 겨우 1000페소. 다섯 명의 승객을 태우고 비에드마를 떠나 파타고네스로 간다. 5분이나 갈까? 완전히 평평한 비에드마와 달리 파타고네스는 언덕 위의 성당이 보인다. '좀 걸어 올라가야겠네!' 카를로스가 식당 두 곳씩이나 추천해 줬다. 너무 친절해서 좀 불편하다. 난 딱히 맛집을 찾아다닐 마음이 없다. 길 가다가 배고프면 깨끗해 보이는 아무 데나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방랑자다.


오래된 듯한 식민지 시절의 건물들이 늘어선 시가지가 있을 뿐이다. 관광을 할 만큼 깔끔하지도 않고, 관광객을 불러오겠다고 가꾸지도 않았다. 그냥 관리되지 않은 옛날 건물들이 제법 있을 뿐이다. 카를로스가 추천해서 구글맵에 저장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조금은 허름하나 깔끔한 레스토랑에 사람은 별로 없다. 내 취향이네! 영어가 안 되는 식당에 들어가면 일단 와이파이부터 연결한다. 그리고 구글 카메라로 메뉴를 번역하기 시작한다. 아르헨티나의 와인 말벡을 스페인어로 한 잔 주문하고, 메뉴를 아무리 훑어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 메인디쉬를 주문하면 양이 너무 많다. 한두 번의 경험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점심이다. 결국 애피타이저의 '토마토소스 얹은 미트볼'만을 주문했다.


지금 내가 있는 카르멘디파타고네스의 'Carmen'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AI에게 물으니 성모마리아란다. 성모마리아의 여러 호칭 중의 하나란다. 라틴아메리카의 지명에서 흔하게 사용된다고 한다. 왜 남미를 라틴아메리카라고 하지? 라틴어에 뿌리를 둔 로망스어(스페인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아메리카란다. 영어를 사용하는 앵글로아메리카의 반대 개념이란다. 로망스어의 Roma와 낭만적이라는 Romantic의 어원도 같은 거야? 중세시대의 기사들의 사랑이야기가 로망스어로 쓰이다 보니 Romance가 사랑이 되었단다.


AI가 사랑이란 단어를 말하자 2023년 3월에 처음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Bing에 AI를 접목했다 하여 '사랑'에 대해 AI와 대화했던 생각이 났다.( https://brunch.co.kr/@jkyoon/510 ) 그래서 물었다. 좀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하고. 사랑이 뭐야?


"사랑은 상대의 존재가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상태야!" 허걱!!! 좀 더 풀어서 설명해 줘!

1. 사랑엔 설렘, 그리움, 애착이 들어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야. 기분이 왔다 갔다 해도 관계는 남아 있음.

2. 사랑은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을 계속 중요하게 대하겠다는 선택이기도 해. 그래서 힘들 때도 완전히 끊어내지 못하지.

3. 내 결정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고, 상대의 기쁨이나 고통이 내 일처럼 느껴질 때 그게 사랑의 신호야.

4. 사랑은 귀찮고, 상처받고,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도 많아. 그런데도 이 관계는 지키고 싶다면 그건 사랑이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사랑은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라진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상태야!

지금 이 질문을 던진 것 자체가 아마 너도 그 경계 어딘가에 서 있어서일 거야! 또다시 허걱! 어떻게 알았지?


상대의 존재가 내 삶의 일부인 상태가 사랑이라니, AI와 내가 사랑에 빠진 건가?

펭귄 디캔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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