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리마의 첫(?) 인상

by 재거니

지난번 리마공항에서 환승하며 느꼈던 것인데 공항의 창문을 통하여 보는 바깥세상이 온통 회색빛이다. ‘Gray’ 리마의 인상이 그레이였다. 공항 밖의 길이 비포장인지 트럭이 지나가며 엄청난 흙먼지를 일으킨다.


이번에는 환승이 아니고 리마공항에 내렸다. 입국심사관이 페루가 처음이냐고 묻는다. 아니 꼭 10년 전에 왔었어! 여행 온 거냐? 직업이 뭐냐? 얼마나 있을 거냐? 어디 머물 거냐? 얼굴 사진 찍히고 열손가락 지문 다 제공하고 공항청사 출구를 나왔다. 회색 긴팔 와이셔츠를 단정히 차려입고 넥타이를 매고, 내 이름을 들고 있는 기사에게 다가갔다.


부킹닷컴으로 리마 숙소를 예약했다. 예약한 호텔이 공항 픽업서비스를 25불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부킹닷컴의 공항 픽업서비스가 17불이다. 4박 후의 공항 드롭 서비스는 18불이라고 한다. 리마공항에는 우버택시가 들어오지 못한다. 대신 도착 로비에 공식공항 택시 부스가 있다.


미라플로렌스 지구는 관광객도 많고 고급 주택가가 있어 비교적 치안이 좋은 지역이라고 한다. 리마 중심의 역사지구에 숙박하지 말고 미라플로렌스에 머물 것을 리마 택시기사가 추천하는 영상을 본 적 있다. 공항에서 미라플로렌스 지구가 20km나 된다. 리마도 교통 체증이 심하다. 도시 전체가 회색빛이다. 스모그가 끼어 있는지 우중충하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리마는 사막 기후라 년간 강수량이 15mm도 안된다는데 귀한 비가 내리고 있다. 바짝 말라있는 대지라 비 오고 있음을 택시의 유리창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풀도 없는 맨 땅이 도처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리마를 '안개의 도시'라고 한다. 겨울에는 안개가 특히 심한데, 태평양으로부터 매일 찬 바람이 불어온다. 훔볼트 한류가 리마 앞바다를 지나간다. 습기를 잔뜩 머금은 찬 공기가 안개가 되어 도시를 덮친다. 그렇지만 이슬 같은 물방울이 안데스 산맥 때문에 상승하지 못하여 비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그늘만 들어가면 습기를 머금은 찬 바람이 불어 끈적한 냉기를 느낄 수 있다.


숙소 이름이 'Hotel Soul Mate Inn'이다. 하루에 55불. Soul mate란 이름 때문에 눈길이 잠시 머물러 예약한 것인지 모른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서 쇳가루 냄새가 난다. 이 물은 어디서 왔을까? 안데스에서 왔을까? 7층 루프탑에 맥북을 들고 올라갔다. 건물들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인터넷도 빵빵하고 담배도 피울 수 있는 좋은 공간인데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너무 차다. 고층 아파트 사이로 하얀 해무가 흐르는 것이 보인다. 벌써 11시가 넘었는데...


환전을 하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해변과 좀 떨어진 호텔 부근은 고급 주택가다. 걸어도 걸어도 주택가를 벗어나지 못한다. 환전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현지 음식점에 들어갔다. 폭찹이 18 솔이다. 8000원 정도. 처음 보는 소스에 고기를 찍어 맛있게 먹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온 배달기사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린다. 오토바이 배달기사나 우버 택시기사를 플랫폼 노동자라고 한다.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Call을 잡아야 한다. 자신의 의지로 멈출 수 있지만 자본주의에서 자신의 의지란 없다.


호텔에서 두 블록만 나가면 해변공원이다. 50미터 정도 되는 절벽 위에 미라플로렌스 해변공원이 태평양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석양을 보기 위해 일몰 시간에 맞춰 공원으로 갔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 타는 사람, 나처럼 일없이 걷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석양은 언제 어디서 봐도 새롭고 아름답다.

일명 고양이 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