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cllana Site Museum

by 재거니

페루의 리마에서 4박이니 온전한 3일이 있다. 10년 전 리마에서 2박을 할 때 중앙광장을 비롯한 명소는 대부분 방문했다. 특별히 다시 방문하고 싶은 장소가 없다. Miraflores 지구를 걷고, 음식점을 찾아다니고, 숙소에만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Pucllana Site Museum이다. 구글맵 사진을 보니 근사한데 왜 10년 전에는 보지 못했을까 의문이 생긴다.


후아카 푸클라나 유적 박물관(Pucllana Site Museum)은 리마 미라플로레스 지구 한복판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점토 피라미드 유적입니다. 현대적인 빌딩들 사이에 고대 문명이 공존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인 곳입니다. 서기 200년에서 700년 사이, 잉카 문명보다 훨씬 이전인 리마 문화(Lima Culture) 시대에 지어졌습니다. 수백만 개의 수제 점토 벽돌(아도베)을 세로로 세워 쌓는 책꽂이 방식(Bookshelf technique)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식은 지진이 잦은 리마 지역에서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건축술입니다. 이 피라미드는 종교의식을 치르는 제단이자, 행정 중심지, 그리고 귀족들의 거주지로 사용되었습니다. 유적지 상단에서는 당시 엘리트 계층의 묘지도 발견되었습니다. [Geminai]



이름에 붙은 후아카(Huaca)라는 단어는 안데스 문명을 이해하는 아주 핵심적인 열쇠다. 단순히 '유적'이라는 뜻을 넘어 훨씬 깊고 신성한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안데스 사람들에게 '후아카'는 초자연적인 힘이 깃들어 있는 모든 것을 의미했다. 푸클라나처럼 사람이 만든 거대한 피라미드나 신전뿐만 아니라, 산봉우리, 동굴, 특이한 바위, 폭포 같은 자연물도 후아카가 될 수 있다. 조상들의 미라, 신성한 조각상, 심지어는 기이하게 생긴 옥수수 알갱이 하나까지도 신성이 깃들었다고 믿으면 후아카라고 불렀다. 안데스 사람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믿었다. 후아카는 이승의 사람들과 신 또는 조상의 영혼이 만나는 통로였다. 푸클라나(Pucllana)가 '놀이' 혹은 '의식'의 장소라는 뜻을 가진 것처럼, 이곳에서 제물을 바치거나 축제를 열어 조상들의 축복을 빌었다. 리마 곳곳에는 '후아카 푸클라나' 외에도 많은 후아카가 산재해 있다. 당시 각 부족이나 지역 공동체는 자신들만의 '후아카'를 중심으로 마을을 형성했다. 즉, 후아카는 그 마을의 뿌리이자 수호신이었던 셈이다. 리마 시내를 다니다 보면 현대적인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흙으로 쌓은 언덕 같은 것이 덩그러니 있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관리가 안 된 상태의 '후아카'들이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신성한 장소들을 파괴하고 그 위에 교회를 세우기도 했지만, 후아카 푸클라나는 운 좋게 살아남아 오늘날 우리에게 고대의 신비함을 전해주고 있다. 단순한 흙더미 유적이 아니라, 1,500년 전 사람들이 정성껏 소원을 빌던 '가장 거룩한 기도실'이었다. [Geminai]


거대한 점토 피라미드인 후아카 푸클라나는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섰다. 이방인으로 낯선 거리를 걷는 것은 방랑의 핵심이다. 기온은 26도 정도인데 햇살이 좀 따갑다. 어느덧 거대한 점토 언덕이 눈앞에 나타난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더 웅장하다. 입장료가 있다. 15 솔, 5 달러가 좀 안된다. 60세 이상은 반값이라고 쓰여 있다. 여권을 안 들고 나온 것이 후회되는 순간, 영문 운전면허증이 생각났다. 면허증을 보이며 할인되냐고 영어로 물었다. 무뚝뚝한 접수원에게 50 솔 지폐를 건넸다. 면허증의 생년월일을 확인하지 않기에 할인 안 해주나 보다 했다. 그런데 42.5 솔의 거스름돈을 준다. 경로우대받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접수원이 면허증을 확인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확실히 60세 이상으로 보이기 때문 아닐까? 편의점에서 담배나 술을 살 때 신분증 보자고 안 하듯이... 좋아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헷갈리네!!!


영어 가이드투어를 하려면 3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입구의 직원이 영어로 알려준다. 유적물 보호를 위해 가이드 투어만 가능하다고 한다. 비디오를 보면서 기다렸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야간투어 시간이 별도로 있다. 오후 7시 ~ 10시다. 야간투어는 전혀 다른 분위기일 것 같다. 경로우대도 해주는데 야간에 다시 올까?


영어 가이드 투어는 20명 정도의 사람이 참여했다. 작은 스피커를 허리에 찬 여인이 양산을 들고 우리를 안내한다. 반이나 알아들었을까? 이런 상황이 내겐 엄청난 스트레스다. 오기 전에 후아카 푸클라나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막심이다. 잉카문명 훨씬 이전, 리마의 해양문명이 만든 피라미드다. 햇빛에 말린 점토를 도서관 서고의 책처럼 쌓아서 구조물을 올렸다. 점토 사이의 공간을 의도적으로 두었는데, 이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함이다. 젊은 여자들을 제물로 바친 흔적이 발견되었고, 묘지로도 사용되어 많은 미라와 부장품들이 발견되었다. 해양문명이라 상어를 형상화한 문양이 도기를 비롯한 많은 곳에 남아 있다.


피라미드는 전부 7단의 구조물인데 뜨거운 햇빛 아래 정상까지 올라갔다. 정상에는 전망대 같은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3km 떨어진 바다가 고층 건물들 사이로 보인다. 피라미드 곳곳을 한 시간 이상 끌고 다니면서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완전한 듣기가 되지 않아, 완전한 이해도 되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는 머릿속이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유적지 바로 옆에 피라미드가 잘 보이는 자리에 큰 레스토랑이 있다. 덥고 머리 아픈데 저기 가서 맥주와 점심을 할까?


구글맵에서 찾아 놓은 한국음식점에 갔다. 이미 오후 두 시인데 음식점 앞에 젊은 여자들이 자리 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번호표를 뽑거나 대기 순서를 표시하는 메모판도 없고 일하는 종업원은 전부 현지인이다. 작은별 여행사의 단체가 식사 중이다. 리마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이 제공된다는 얘기다. 20여분을 기다려 간신히 자리 잡았다. 와이파이가 있는데 암호를 제공 안 한단다. 이렇게 장사해도 페루의 젊은 여자들이 한국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선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라면과 맥주를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한숨 잤다. 사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할 무렵 이번에는 우버 택시를 타고 후아카 푸클라나에 다시 갔다. 매표소 앞에 긴 줄이 있다. 낮 투어는 15 솔인데, 저녁 투어는 17 솔이다. 가이드 비용 포함인데, 일과 시간 이후 가이드라 더 받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영어 해설을 원하는 사람이 서너 명 밖에 되지 않아 이번에는 남자 가이드가 순차 해설을 했다. 조명이 켜진 피라미드는 낮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온도 내려가 제법 쌀쌀하다. 옷을 제대로 챙겨 입고 나와 다행이다. 해양문명이라 고대 사람들이 상어 고기로 세비체를 해 먹었을 것이라는 설명에 사람들이 웃는다.


낮투어와 밤투어 둘 중에 하나만 할 수 있다면 밤투어가 더 좋다. 조용한 밤에 조명이 켜진 공간을 걸으면 설명도 더 잘 들린다. 따가운 햇살은 질색이다.


10년 전에 이곳은 발굴과 정비를 어느 정도 마치고 일반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조명 시설도 2016년에 완공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잉카문명 말고 리마문화란 것이 있었다는 것을 홍보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후아카 푸클라나가 리마의 가장 소중한 관광자원이 되었다고 한다. 10년 전에 내가 몰랐던 것이 설명되었다.


유적지와 면한 Huaca Pucllana 레스토랑은 독특한 전망을 갖고 있다. 1,500년 된 피라미드를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특히 밤에 조명이 켜진 유적은 아주 근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확실히 레스토랑이 낮보다 사람들로 붐빈다. 자리 있으면 혼자라도 피라미드를 보며 맥주와 식사를 해야겠다.

오른쪽과 왼쪽의 대비는 발굴 이전과 이후


https://youtu.be/6qpkBoGcGrg?si=iMEoidOxvTeGY5Uk

자막이 영어로 번역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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