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class in Latam air

by 재거니

페루 리마에서 애틀랜타 가는 날이다.


라탐항공의 편도 비행기 편을 거의 두 달 전인 12월 8일에 샀다. 무려 1,234불을 주고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다른 선택이 없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나 산티아고 출발 애틀랜타행은 전부 밤비행기고, 가격도 선뜻 손이 가지 않을 만큼 비쌌다. 리마에서 애틀랜타는 비행시간이 7시간이 넘고, 낮 12:15 출발이다. 유일한 낮 비행기였고 가격도 내가 간신히 수용할 만 했다.


애틀랜타에서 에콰도르의 키토로 날아올 때 델타항공의 B767이었는데, 리마에서 애틀랜타로 가는 라탐항공도 B767이다. B767의 장점은 이코노미 좌석 배열이 2-3-2란 것이다. 요새 이런 쾌적한 배열을 갖고 있는 항공기 없다. 단점은 여객기로 단종된 지 제법 되어 대부분 오래된 비행기라는 것이다.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떴다. 어제 점심을 과식하여 저녁을 굶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역시나다. 305불이 결제되었다는 문자메시지가 있다. 비즈니스 좌석 경매에 당첨되었다는 얘기다. 라탐항공이 마지막 날까지 안 팔린 비즈니스 좌석을 미리 경매에 부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바로 비즈니스 좌석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950불이지만, 경매 참여 가능한 최저 입찰 가격은 240불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좌석을 경매에 부치는 항공사를 본 적 있다. 2019년 여름 조지아 갈 때 이용한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항공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 든 생각, '와! 항공사가 자본주의에서 정말 별 생각을 다해내는구나!'였다. 라탐항공의 비즈니스 좌석 입찰에서 낙찰된 것이다.


결국 리마에서 애틀랜타 편도 비즈니스 좌석을 무려 1539불에 산 것이다.


비즈니스석은 탑승 전에 라운지를 이용하는 것이 국룰이다. 인천공항 대한항공 라운지는 대기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었지만 말이다.( https://brunch.co.kr/@jkyoon/880 ) Priority Pass 라운지를 지나간다. 라탐을 제외한 모든 항공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P.P. 라운지는 입장부터 북새통이다. P.P. 라운지 1회 이용권이 55불이라고 써진 것이 보인다. 라탐항공이 남미의 대표항공사인 만큼 단독 라운지가 으리으리(?)하다. 이렇게 럭셔리한 장소에 3달째 방황하는 방랑자의 차림새로 들어서면 사실 좀 주눅이 든다. 라운지는 탑승 전 길어야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자본주의의 발명품이다. 쾌적한 공간, 무제한 제공되는 술과 음료, 뷔페식 음식, 환승할 경우에는 샤워도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P.P. card를 갖고 있었다. 팬데믹 이후에 카드를 갱신하거나 새로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가지 않는 것이 비행 전후의 컨디션에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운지에 가면 공짜 같은 술을 마신다.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는 뷔페 음식으로 배를 채우지 않고, 약간 공복을 느끼는 상태가 머리를 맑게 하고 몸 컨디션에 좋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다. 그래서 라운지를 가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P.P. 카드를 만들지 않고 있다.


비즈니스 좌석 승객에 대해서 승무원들은 이름을 확인하며 아주 정다운(?) 응대를 시작한다. 식사 메뉴와 술 메뉴를 소개하며 주문을 받고, 심지어 주무시는 경우 깨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묻는다. 어쩌다 큰돈 내고 비즈니스 탄 거니 난 악착같이 먹고 마셔야 한다. 환영 샴페인도 한 잔 더 달라하고, 식사와 함께 주는 포도주도 추가 요청해야 한다. 정상 아닌가? 그렇지만 잘하는 걸까라는 의심은 생긴다.


탑승하고 순항고도에 오르자 점심을 준다. 메뉴가 4가지였던 것 같은데 난 안심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특급호텔 음식점의 세팅을 흉내 낸 음식이 나온다. 빳빳한 하얀 무명천을 깔고 쟁반 위에는 음식들이 하얀 도자기 그릇에 담겨 있다. 하얀 깔개에 음식을 흘리면 자국이 생긴다. 세탁으로 자국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까? 설마 이 무명천을 일회용으로 사용하지는 않겠지? 완전히 익혀 맛이 별로인 스테이크 덩어리가 크지 않아 다행이다. 주어진 고기를 남긴다는 것은 내 사전에 없다. 사이드로 굵직한 문어 다리 요리가 있다. 완전히 익힌 문어다리가 질기다. 라운지에서부터 채운 배가 완전히 꽉 찼다. 불편한 속을 포도주로 달랜다.


좌석을 취침모드로 변경시켰다. 완전히 180도 플랫이기는 한데 폭은 좌석의 크기를 벗어날 수 없다. 오히려 다리 공간은 더 좁다. 누워서 드는 생각, '꼭 관에 누운 것 같네. 좌우로 꼼짝 못 하고 두 다리도 묶인 것 같네. 눈앞에 판때기만 있다면 딱이겠다.' 그렇게 한 시간이나 누웠을까? 이 깔개와 이불은 이렇게 사용하고 세탁하겠지? 사용한 것이나 안 한 것이나 별 차이 없으니 살펴보고 다시 사용할까?


착륙 한 시간 전에 치킨 샌드위치를 먹겠냐고 묻는다. 안 먹겠다는 사람이 많아서 묻는 걸까? 내 의견을 단순히 존중하기 위해 묻는 걸까? 아직 배가 꺼지지 않았지만 애틀랜타 도착하여 저녁 식사가 어찌 될지 모르니 꾸역꾸역 욱여넣었다.


입국심사관에게 여권을 건넸다. 여권을 스캔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모니터와 나를 보고 내 이름을 확인한다. 카메라의 내 얼굴로 그렇게 빨리 DB에서 찾아낸 것일까? 며칠 있을 거냐고 묻는다. 3일이라고 하자, 잘 즐기다 가라며 바로 여권을 건네준다. 언제 여권을 스캔한 거지?


리마에서 탑승 전에 ESTA Visa waver를 두 번이나 항공사에서 확인했다. 카운터에서 보딩패스받을 때, 게이트 앞에서 탑승 전에 ESTA를 보여 달라고까지 했다. 미국행 비행기는 게이트 앞에서 수화물 검사를 한 번 더 한다. 천조국 미국에 입국하는 것은 은근히 까다롭고 번거롭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결코 호감이 가지 않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리마 공항 주변은 치안이 좋지 않다고 하는데 공항터미널 바로 앞에 호텔이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