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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부터 꼬이네?

출국 취소는 난생처음이다.

by 재거니

출발부터 문제(?) 발생이다.


애틀랜타로 타고 갈 비행기는 가장 최신 비행기인 A350-900이다. 300석이 넘는 비행기가 거의 만석이다. 인천에서 애틀랜타까지 비행시간이 13시간이 넘는다. 대한항공에서 예약했지만 운항사는 델타다. 거금을 주고 비즈니스석을 예약했다. 델타는 일등석이 없고 델타원이란 비즈니스석과 프리미엄 셀렉트와 컴포트란 프리미엄 이코노미석과 메인 캐빈이란 이코노미석 등 무려 네 등급의 좌석을 운영한다.


비즈니스석을 예약했기에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인 프레스티지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라운지 앞에 어마무시하게 긴 줄이 있다. 라운지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다. 줄서기를 극도로 싫어하기에 라운지 이용을 포기했다. 그 줄에 있다가는 비행기 탑승시간까지도 입장 못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라운지 이용할 생각이었으니...


오후 6:30에 DL 0016편에 탑승했다. 비즈니스 좌석이라 거의 한 시간 전에 우선 탑승했다. 웰컴 드링크로 샴페인을 주기에 한 잔을 더 추가하여 빈 속에 두 잔이나 마셔 기분은 삼삼했다. 사무장이라는 늘씬한 한국 여인이 저녁 식사 메뉴 주문을 받아갔다. 이륙하면 바로 한식 소갈비구이를 준다고 했다. 13시간 동안 세끼를 준다고도 했다. 잔뜩 입맛을 다시며 기대하고 있는데, 출발 시간이 되자 기장이 영어 방송을 한다. 한참을 씨부렁거리는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잠시 후 한국 사무장이 친절하게 한국말로 통역을 해준다. 비행기의 연료필터에 문제가 있지만 정비사들이 곧 수리할 테고 예정시간에 애틀랜타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기장이 방송한 거라고.


출발시간(7:25)을 15분쯤 지났는데 기장이 다시 길게 방송을 한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deplane'이란 단어가 들렸다. 비행기에서 내리라니... 짐 다 들고 비행기에서 내려야 한다고 한국말 방송이 나온다. 델타의 지상 직원이 하기를 위한 서류 작업을 하고 있으니 20분만 자리에서 기다리란다. 내 자리가 제일 앞이라 조종실로 들어가는 문과 갤리가 보인다. 비행기 통로를 가득 채울 만큼 엄청 뚱뚱한 기장이 조종실 문을 열고 나와 승무원들과 담소하며 콜라를 마신다. 배가 고프다. 미국인 스튜어디스는 면세점에서 산 물건들을 가방에서 꺼내 정리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20분이 한 시간을 넘겼다.


결국 비행기에서 내려 면세품(담배 한 보루)은 서류 작성해서 면세점 직원에 맡기고, 한참을 걸어 입국심사대에서 출국 취소과정을 거쳤다. 출국 취소는 난생처음이다. 그리고 제일 끝 컨베이어벨트에서 부친 짐을 찾아 공항로비로 나왔다. 공항 도착장 로비에 어마 무시하게 긴 줄이 만들어졌다. 300명 가까운 승객들이니... 더군다나 미주행이니 짐들도 장난 아니게 많다. 카트에 캐리어와 상자들을 잔뜩 싣고 있다. 그 많은 승객을 호텔로 이동시켜 줄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렸다. 마침내 인스파이어 리조트에 도착하여 호텔방에 들어온 시각이 11시 15분. 그 시각에 뷔페로 저녁식사를 했다. 12시경에 로비를 지나가다 보니, 그 시각에 호텔에 도착하여 키 받는 승객들도 있다.


내일 12시에 출발하는 비행 편에 내 자리가 있다는 안내문자가 날아왔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1박에 37만 원이 넘는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혼자 쓸쓸히 외롭게 잔다.

여행이 아니고 방랑이라 다행이다.

애틀랜타의 호텔에 취소불가로 3박을 예약했는데 두 밤만 자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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