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쓰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었다. 브런치의 알림에는 내 글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있거나, 댓글을 단 사람이 있으면 표시가 뜬다. 브런치를 연 순간 알림 표시가 있으면 본능적으로 알림 창부터 연다.
오늘 아들이 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처음이다. 아들이 브런치를 쓰거나 읽는 줄 처음 알았다. 아들의 프로필 사진을 클릭했다. 2003년 미국에서 핼러윈데이 날 찍은 아들 사진이다. 만 네 살의 아들이 배트맨 마스크를 쓰고 있다. 관심작가가 6명이고 쓴 글은 없다. 아들이 브런치를 읽기 시작한 것이다.
아들이 좋아요를 누른 내 글은 아들과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하며 내가 느낀 것을 쓴 글이다. 지난주였다. PADI Advanced Open water Diver 교육을 아들한테 받았다. 이틀간 네 번의 보트다이빙을 했는데 자격증 취득은 불합격이다. 강사인 아들이 판단하기에 난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도 군말 없이 동의했다.
아들의 다이빙 샵 상상바당을 떠나면서 아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우석아 아빠가 다음 주 파타고니아 3달 방랑 떠나는 거 알지? 갔다 와서 내년 설날에는 집에서 보자. 설날에는 집에 올 거지?"
"응 올라갈게. 아빠! 몸조심해!"
아들이 몸조심하라는 말에 내 새가슴이 뭉클해졌다. 눈물이 핑돌 지경이다. 먹먹한 가슴을 안고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랐다. 516 도로로 한라산을 넘어 제주공항 가는 동안 내내 몸조심하란 아들의 인사말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딸이 어버이날 선물을 했었다. 나는 어버이날, 어린이날, 추석, 설날 심지어 생일에도 특별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염세주의자다. 의미 없는 날의 선물에는 더욱 관심이 없다. 딸의 선물은 카카오톡에 쓴 편지였다.
사랑하는 아빠에게.
어버이날이라고 꼭 뭘 해야 할 것 같아도 사실 내가 진심으로 할 수 있는 건 결국 평소에 쑥스러워서 하지 못하는 말을 이렇게 문자로라도 적어서 전하는 것밖에 없네.
예전에 챗GPT로 사주 봤을 때 아빠는 부드러운 나무덩굴이고, 나는 등불이라서 나무인 아빠한테 평생 많은 에너지를 받으면서 자랐을 거라고 말해줬는데 속으로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어.
아빠는 항상 나의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있어주며 응원해 주고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었거든.
나는 평생 아빠에게 정말 많이, 깊이 사랑받으면서 살았어. 그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는 아마 나만 알고 있을 거야. 나라도 알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야~
아빠가 아빠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여행하고 글 쓰는 거 항상 응원하고 존경해. 엄마는 아빠한테 이기적이라고 뭐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마음껏 하면서 아빠 인생 즐겨. 너무 몸에 안 좋은 담배나 술은 좀 줄이더라도 남은 인생 항상 행복하게 살아.
아빠 덕분에 내 인생은 항상 걱정이 없어. 나에게 항상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주어 고마워. 아빠 덕분에 항상 내가 나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며 내 인생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네. 나도 평소에 표현은 잘 못 해도, 늘 고맙고 진심으로 많이 사랑해!
딸 지민이가…
파타고니아로 떠나기 전 날 딸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오늘따라 세 살 도은이가 똥땡깡을 피우며 내 딸을 힘들게 한다. 식사 중에는 여섯 살 도민이가 낮에 엄마가 도은이와 나들이 갔던 것을 질투하며 내 딸을 꼬집으며 괴롭힌다. 손주들의 전생이 내 애인이라도 내 딸을 힘들게 할 때는 때려주고 싶도록 밉다.
식사 후 헤어지며 딸과 포옹을 했다.
3달 먼 길 떠난다고…
“ 아빠 매일 카톡 가족방에 어디 있다고 올려! 이틀 아무것도 안 올리면 대사관에 실종신고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