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준비 3
정말 좋은 곳은 또 가고 싶다. 난 세 번은 가고 싶다.
10년 전에 갔던 마추픽추, 우유니, 이과수 폭포를 다시 가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일생에 한 번이면 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가서 보기 위한 돈, 시간, 노력에 비해 만족감이 떨어지는 것이다. 즉 가성비가 별로라는 것이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처음 가면 흥분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흥분은 금세 가라앉는다. 흥분이 가라앉지 않고 계속된다면 원래 심장병이 있거나, 없었다면 생긴 것이다. 그렇게 유명한 곳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붐빈다. 붐비는 곳에서 편안함이나 여유 같은 것을 결코 느낄 수 없다.
마추픽추는 가는 과정도 험난하고, 입장하는 시간에 구애받고, 엄청난 관광객에 압도당한다. 우유니 사막은 고산증상에 시달리며, 열악한 숙박시설의 끔찍함을 견뎌야 한다. 이과수 폭포는 거대한 폭포일 뿐이다. 엄청난 유량에 감탄하고, 스피드보트에 잠깐 흥분하지만 금세 경치에 익숙해진다.
원래 이번 방랑의 목적(방랑에 무슨 목적?)이 파타고니아를 여유 있게 느껴보자는 것이다. 그 목적에 좀 더 집중하잔 마음이 든다. 갈라파고스 근처(에콰도르)에 우연히 가게 되니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갈라파고스를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했다. 그렇지만 내 버킷리스트에 있던 곳이 아니다.
갈라파고스는 다이버들의 꿈의 섬이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내게는 자연사 박물관일지 모른다. 아무 데나 자빠져 있는 바다사자가 잠깐 흥미를 끌 수 있지만,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어르신에게는 동물원만 못할 수 있다. 갈라파고스의 중심인 산타크루즈섬이 큰 테마파크 같다고 누가 그랬다.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돈을 써야 하는 놀이동산. 사람들이 몰려다니며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열심히 줄을 서야 하는 곳.
갈라파고스를 그냥 지나치기로 마음먹었다.
남미의 대도시들은 서로 잘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다. 에콰도르의 수도인 키토에서도 칠레의 산티아고나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직항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페루의 리마에서는 산티아고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직항이 있지만, 에콰도르의 키토는 없다. 오히려 에콰도르에서 가장 크고 항구 도시인 과야킬에서 산티아고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직항이 있다. 그렇지만 과야킬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워낙 치안이 위험하다고 하니까.
에콰도르의 키토에서 3일 머물고, 페루의 리마에서 환승하여 칠레의 산티아고 가는 라탐항공의 편도 비행기표를 구매했다. 라탐항공은 남미 지역에서 아주 큰 항공사지만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LATAM 칠레, LATAM 브라질, LATAM 콜롬비아, LATAM 에콰도르, LATAM 페루, LATAM 파라과이, LATAM 멕시코, LATAM 익스프레스(칠레) 등이 라탐항공연합(LATAM Airlines Group)이란 일종의 지주 항공사를 구성한다. 따라서 키토에서 리마, 리마에서 산티아고의 항공사가 다르다고 한다. 리마에서의 환승 시간이 겨우 1시간 40분인데 부친 짐이 제대로 옮겨 탈지 불안하다.
라탐항공이 정시운항률이 아주 좋은 항공사(세계 10위 이내)라고는 하지만, 회사가 다른데 리마 공항에서 내 부친 짐이 제대로 나를 따라올 수 있을까 걱정된다. 라탐항공의 규정을 살펴보니 10kg까지의 개인 백팩과 12kg까지의 소형 캐리어를 기내에 갖고 탈 수 있다. 물론 캐리어 짐값을 따로 지불해야 하지만. 부친 짐이 따라오지 못할까 걱정된다면 내 짐의 크기를 10kg의 백팩과 12kg(프리미엄 이코노미의 경우 16kg)의 작은 캐리어로 줄일 수 없을까? 무려 3달의 방랑길인데 총 22kg으로 가능할까? 배낭의 무게는 전생의 업보( https://brunch.co.kr/@jkyoon/6 )라는데 짐을 최대한 줄여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미를 장거리 버스는 절대 타지 않고 항공으로만 이동할 생각인데, 부치는 짐 없이 다니려면 백팩과 캐리어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항공기 기내 휴대가 안 되는 것이 많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파타고니아는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남위 40도 이상의 지역을 의미한다. 칠레는 안데스 산맥 서쪽의 가늘고 긴 지역이고, 아르헨티나는 안데스 동쪽의 넓은 평원을 포함하고 있다. 토레스 델 파이네는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접근하지만, 모레노 빙하와 피츠로이는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에서 가야 한다. 남미 대륙의 남단이라는 우수아이아도 아르헨티나 영토다. 파타고니아라고 하면 칠레 보다는 아르헨티나 지역이 넓고 육로 교통도 발달해 있다. 원래 내가 가고자 했던 도시는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 리오 그랑데, 우수아이아 정도다.
한국을 출발하여 일주일 뒤에 칠레의 산티아고에 도착하니,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시간을 좀 보내다 아르헨티나로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싶다. 칠레의 파타고니아 지역은 푸에르토 몬트에서 시작하여 토레스 델 파이네의 베이스캠프인 푸에르토 나탈레스, 그리고 최 남단의 푼타아레나스가 유명하다. 10년 전 남미여행 때 푸에르토 몬트와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방문했으니 이번에는 푼타아레나스로 날아가야겠다. 그리고 푼타 아레나스에서 렌터카를 이용하여 일대를 방랑하다가 아르헨티나 지역으로 넘어가면 어떨까?
푼타아레나스란 어떤 도시일까?
칠레의 푼타아레나스(Punta Arenas)는 남위 약 53도에 위치한 칠레 남단 파타고니아 지역의 중심 도시이자 마가야네스 이 안타르티카칠레나 주(Magallanes y la Antártica Chilena)의 주도입니다.
•지리와 기후: 마젤란 해협 연안에 위치하며, ‘모래로 된 돌출지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양성 기후로 바람이 매우 거세고, 햇살 좋은 날에도 비가 자주 오며 온화하지만 때론 추운 날씨가 지속됩니다.
•역사: 1848년 작은 무역항으로 시작해 19~20세기 양모 산업의 중심지로 번창했습니다. 파나마 운하 완성 이후 잠시 쇠퇴했으나 최근 남극 연구와 관광의 중심지로 다시 부상했습니다.
•남극 관련 허브: 칠레 정부가 남극 연구기지를 이곳으로 이전했으며, 남극행 연구 선박과 관광 크루즈의 출발점 역할을 합니다. 세계 각국의 남극 연구원과 관광객들이 푼타아레나스를 경유합니다.
•관광 명소: 마젤란 광장과 탐험가 마젤란 동상, 인디언 동상, 아름다운 공원형 공동묘지, 마젤란 박물관, 살레시오 박물관, 마젤란 대학교 추억 박물관 등 역사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가 많습니다.
•도시 분위기: 붉은 대지와 푸른 바다의 대조가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풍부한 문화유산과 함께 고즈넉하면서도 전략적 중요성을 지닌 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인구 및 경제: 약 13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며, 어업, 광업, 석유산업이 지역경제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남극과 가까워 국제 연구 및 관광의 관문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푼타아레나스는 남단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역사적 가치, 남극 여행 기반 도시로, 파타고니아 탐방과 남극 크루즈 출발지로 여행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Perplexity]
남극 관광크루즈가 출발하는 도시라니 남극관광을 시도해 볼까? 눈 덮인 남극에 무슨 볼 것이 있을까? 남극으로 가는 바다의 파도가 세기로 유명한 곳인데 난 뱃멀미가 심하잖아. 그리고 크루즈는 선실이 전부 2인실 아닌가? 혼자 방랑하면서 어울리지 않잖아! 렌터카로 일대를 돌아보다가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로 넘어가는 것이 최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