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준비 2
아틀란타에서 에콰도르의 키토(수도) 가는 비행기표를 샀다. 에콰도르에서만 갈 수 있는 갈라파고스를 가려고 산 것이 아니라, 파타고니아 쪽으로 가는 긴 시간의 밤 비행을 피하려다 보니 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갈라파고스를 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갈라파고스를 검색했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19개인가 20개인가 하는 섬들로 구성되어 있고, 남미 대륙에서 1000km 이상 떨어져 있다. 갈라파고스에는 두 개의 공항이 있고, 에콰도르의 키토와 과야킬에서 직항 편이 거의 매일 있다. 갈라파고스 입도 자체에도 선택이 있다. 선택이 많으면 머리가 아프다. 갈라파고스 국립공원 입장료가 지금은 200달러고, 섬마다의 입도료가 또 20불 내외란다. 11월은 그래도 비수기라지만 갈라파고스는 근본적으로 물가가 비싸다.
갈라파고스를 관광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크루즈선을 타는 것이다. 섬과 섬 사이를 밤에 자는 사이 이동하고, 낮에 섬에 내려 온갖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거나, 스노클링이나 스쿠버 다이빙하는 것이다. 크루즈선이라지만 보통 생각하는 어마어마한 배가 아니고, 승객을 18명에서 25명 정도를 수용하는 작은 배다. 아마도 베트남 하롱베이 관광에 사용되는 크루즈선의 크기가 아닌가 싶다. 지난주에 하롱베이의 크루즈선이 전복되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하롱베이에는 파도가 없다. 워낙 많은 섬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그런데 태풍이 근처를 지나갔단다.
숙박은 섬에서만 하고 낮에는 배를 타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투어도 있다. 거의 매일 숙소를 옮기며 가능한 한 많은 섬들을 둘러본다. 갈라파고스에 일주일 정도는 머무는 것을 추천하며, 여유가 있다면 열흘 정도도 좋다고 한다. 워낙 다양한 동물들이 물속과 섬에 있어 어떤 사람은 갈라파고스에 50일을 머무르며 거의 매일 스쿠버다이빙을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갈라파고스는 대단한 곳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유명하고 그렇게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문제는 나다. 배를 타야만 볼 것이 있고 섬 간의 이동은 두 시간 이상이다. 뱃멀미가 심각하게 걱정된다.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천국이지만, 수영을 못해 그나마 구명조끼를 입어야 스노클링을 하는 내게는 그림의 떡이다. 바다사자와 물개들과 함께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이 갈라파고스 관광의 하이라이트중 하나다. 자주 배를 타야만 하고 물속에서 놀아야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부담이다. 점점 갈라파고스가 내게서 멀어진다.
최근에 서귀포에 다이빙 샵( https://sangsangbadang.com )을 오픈한 아들에게 카카오톡을 했다. 11월 초순에 갈라파고스 올 생각 없냐고? 초겨울에 접어들어 다이빙 샵 손님도 없을 텐데. 멕시코항공 타고 에콰도르 키토로 와서 나와 함께 갈라파고스 갈 마음 없냐고? 한참 뒤에 답이 왔다. "부럽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혹시라도 아들이 함께 한다면 가보겠단 용기가 날 것 같다.
난 근본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을 싫어한다. 그런 곳은 방랑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호찌민 40일 살기를 함께 하고 있는 딸이 열심히 갈라파고스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내게 알려준다. 지인이 지금 갈라파고스에 있는데, 캄챠카 반도의 지진 때문에 쓰나미 주의보 내려 지금 바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내 내면의 소리가 들린다. '육지에서 1000km나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갈라파고스는 풍랑 같은 날씨의 영향도 엄청 많이 받을 거야. 섬에 갇혀서 며칠 꼼짝 못 할 수도 있어. 가지 마!'
갈라파고스의 중심인 산타크루즈섬과 가까운 공항인 발트라 공항으로 대부분의 관광객이 입도한다. 거의 모든 관광 투어가 시작되는 가장 번화(?)한 곳이라 갈라파고스가 처음인 자유여행자는 이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ChatGPT가 추천한다. 그러면서 다른 공항이 있는 산크리스토발 섬은 관광객이 적고, 해변에 널브러져 있는 바다사자들과 함께하기 좋다며 조용하고 한적한 갈라파고스를 보고 싶다면 산크리스토발로 입도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산크리스토발 섬으로 날아가 며칠 머물다 나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갈라파고스의 아주 일부만을 보고 느끼고 오는 것이다. 나도 갈라파고스 가봤다만 하는 것이다.
항공편을 찾아보니 산크리스토발 공항은 직항이 과야킬에서만 있다. 키토에는 없다. 키토에서 가려면 과야킬에서 환승을 해야 한다. 에콰도르에서 가장 크고 번잡한 도시가 과야킬이고, 바다에 면한 항구도시다. 작년에 일본인 관광객이 과야킬에서 택시를 탔다가 납치되어 살해당했다는 무시무시한 얘기가 있다. 2024년 11월 6일 외교부 안전공지에 '과야킬 시내 중심가에서 우리 국민 대상 권총 무장강도 사건이 발생하여 휴대폰 및 현금 등을 강탈당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란 내용도 있다.
갈라파고스를 갈까? 말까?
굳이 지금 결정해야 하나? 일단 키토까지는 가니까 키토에서 결정하자.
https://maps.app.goo.gl/XcVwoKK9rVbnCSw89?g_st=i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