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거니 Dec 13. 2016

우아하게 살고 싶다.

나는 지금 우아함에 취해있다.


우아함이 무엇인지 정의하기 어렵다. 왜 우아함이 느껴지는지 콕 집어 설명하기 정말 어렵다. 우아해 보일려면 여유가 있어 보여야 한다. 시간적 여유와 공간적 여유가 있어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잘하면 우아할 수도 있다. 여유는 우아함의 필수조건이다.

단무지와 함께 계란 푼 라면을 혼자 먹더라도 우아하게 먹고 싶다. 동네 찜질방의 사우나에서도 우아하게 앉아 있고 싶다. 아침 출근을 위해 옷장 거울 앞에 섰을 때도 우아하기를 상상한다. 강의실 교단 위에 섰을 때도 우아했다고 학생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동료나 친구들과 술자리를 할 때도 우아하게 대화하며 마시고 싶다. 하루하루 일상의 모든 일을 우아하게 처리하며 오늘을 우아하게 살고 싶다.

자신의 의지로 모든 일상을 우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절대 우아하게 안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운전이다. 결코 우아하게 되지 않는다.
답답한 운전, 평범한 운전, 난폭한 운전은 있어도 우아한 운전이란 정말 보기 어렵다.  나의 운전 역시 우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평범한 운전과 난폭한 운전의 중간쯤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아하게 운전하고 싶다. 마음은...

1992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자주 놀랐다. 펜실베이니아주 한 가운데 있는 State College 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립대학만 있는 작은 도시였다. 아니 마을이었다. 깜박이만 켜도 무조건 속도를 줄여 끼워주는 운전자, 횡단보도 부근에 서 있기만 해도 멈춰서서 기다리는 운전자들 때문에 놀랐고, 조금만 과속해도 신기하게 나타나는 경찰차에 놀랐다. 결국 1년 뒤에 내 미국 운전면허는 정지되었다. 그러나 다행히 내 연수기간도 끝나 귀국하였다.

2002년 12월26일에 미국에서 산 자동차가 아직 잘 달리고 있다. 언제 갑자기 주저앉아 턱없이 비싼 수리비로 인하여 폐차를 결정할지 모르겠지만...


사이드라인의 우아함에 끌려 충동구매한 2003년형 Dodge Intrepid SE 는 나의 자상한 돌봄으로 아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 뒤 범퍼의 수많은 상처들이 지난 세월의 흔적인 양 남아있다. 사이드라인의 우아함을 범퍼의 상처들이 손상시키는 것 같아 볼 때마다 마음이 쓰였다. 아니 아렸다.


큰 맘 먹고 만 14세 기념으로 앞뒤 범퍼를 복원하고 새로 도장했다. 거의 완벽하게 복원되어 광택나는 범퍼가 나를 미소짓게 한다.


Dodge Intrepid 가 다시 우아해졌다. 얼마나 버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우아함에 취해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딸의 결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