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어디론가 떠날 생각뿐이다.
난 자동차를 좋아한다. 단순한 운송수단 이상으로 생각한다. 난 자유를 추구한다. 자동차는 자유를 만끽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가고 싶은 곳을 아무때나 훌쩍 떠나려면 자동차가 꼭 필요하다. 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이동의 자유도를 높인다.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할 때였다. 난 선임연구원이고 나와 함께 일하는 젊은 연구원이 한명 있었다. 외국학회에서 발표할 논문을 함께 준비하고 있었다. 내 마음은 실험과 해석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어느 날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왔다. 연구원이 지금 병원에 있단다. 이즈음 일이 몰려 스트레스 받다가 어제 과음을 했단다. 서울에 있는 애인 만나러 가겠다고 자정이 넘어 연구소 기숙사에서 자신의 차를 몰고 나왔단다. 그리고 연구소 바로 앞 국도변의 가로수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단다. 결국 차는 폐차하고 본인은 머리에 상처 입고 병원에 누워 있단다. 밤에 애인을 만날 자유를 추구했는데 과음한 후라 결과는 병원에 구속된 것이었다. 만약 자신의 차가 없었으면 그런 황당한 자유를 추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연구원이 맡은 실험결과 해석까지 내가 했다.
나는 메르세데스벤츠를 갖고 싶어한다. 그러나 자신의 품위를 소유한 자동차로 표현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운송수단 이상의 자동차다. 소위 명품이다. 나는 운전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항상 차를 갖고 싶었다. 운전하는 것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앞 유리창을 통하여 변하는 풍경을 보면서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여행보다 자동차여행을 좋아한다. 인적이 드문 새벽에 자동차로 길을 떠날 때 흥분된다. 내비가 가르쳐주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을 돌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처음 보는 풍경을 보면 가슴이 저린다.
자동차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나라는 미국이다. 속도제한이 엄격해서 과속은 못하지만 자동차여행을 하기 위한 인프라와 경치는 가장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3000 km가 넘는 미국대륙 자동차 횡단을 이미 다섯번이나 했다. 그보다 훨씬 짧은 종단은 기억할 수 없을만큼 많이 했다. 격자 모양의 미국의 고속도로는 아주 완벽하다. 계절에 따라 아주 다양한 도로선택이 가능하다. 여름에는 북쪽을 겨울에는 남쪽을 선택한다. 미국 거의 모든 주를 구석구석 달려봤다. 물론 이 여행을 온가족이 했다. 주로 미니밴에 텐트와 조리기구까지 싣고서...
나는 자동차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동차에 대해 기계공학적으로 연구도 하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운전할 수 있다. 미국의 고속도로라면 하루에 12시간도 매일 운전할 수 있다.
만약 지금보다 더 나이들어 자동차운전을 할 수 없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삶의 큰 재미가 없어지는 순간이다. 매일 운전하는 것을 이 닦는 습관처럼 놓지 않는다면 상당히 늦게까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즈음 어르신운전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지만 나는 죽는 순간까지 운전하고 싶다. 자동차여행을 하다 교통사고로 죽을지 모르겠다. 평생 자유를 찾는 여행을 좋아하던 내가 도로위에서 죽는다면 어울리는 임종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의 생각에 딸과 아내는 반대한다. 교통사고로 길에서 객사하는 것처럼 비참한 인생의 끝이 어디 또 있겠냐고... 그 뒤처리를 누굴 시킬려고 그런 소리 하냐고... 사실 나도 좀 걱정되는 것은 엉뚱한 제3자의 피해이다. 그리고 죽지않고, 회복될 수 없는 심각한 장애를 입고마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어디론가 떠날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