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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페페 Sep 29. 2020

중년 여성 예찬

[까칠한 페페씨의 생활의 발견] - 12

그녀의 하루는 분주하다

그녀의 일은 곳곳에 널려 있다

그녀의 관계는 좌우안팎이다

그녀의 챙김은 많다

그녀의 몸은 무겁다

그녀의 옷장은 소박하다

그녀의 신발은 뭉툭하다

그녀의 머리 스타일은 짧다

그녀의 마음은 누군가를 향해 있다

그녀의 시간은 누군가를 위해 쓰인다

그녀의 공간은 누군가에게 열려 있다

그녀의 언어는 분주하다

그녀의 자세는 비뚜름하다

그녀의 팔은 두툼하다

그녀의 다리는 부어있다

그녀의 눈꺼풀은 무겁다


노인이 계단을 오른다.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노인의 짐을 든다

지하철에서 학생이 졸음에 휘청거린다. 그녀의 팔이 학생의 가방을 잡아 끈다.

유모차의 아기가 지나간다. 그녀의 눈이 아이의 눈짓에 맞춰 웃는다.

고단한 그녀가 고향집에 간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부엌에 들어가 밥상을 차려낸다.

고단한 그녀가 동생 집에 간다. 여기저기를 분주히 돌며 집안을 정리한다.

고단한 그녀가 이웃에 간다. 수다를 떨며 이웃의 반찬거리를 다듬는다

고단한 그녀가 무던히 막히는 길을 뚫고 집에 돌아온다. 바로 뻗어 버렸을 하루, 그녀는 현관에 들어서며 신발을 정돈한다. 곧바로 빨래를 걷고 옷을 갈아 입는다.  세탁기를 돌리고 냉장고를 열어 내일 먹을 거리를 준비하고 빨래를 널고 빨래를 개고 갠 옷을 옷장에 넣는다. 그녀가 드디어 소파에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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