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누군가의 일상

by 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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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닿은 낯선 땅, 공기조차 생경해서인지 일찍 잠을 깬 뒤 설레는 마음으로 그 나라를 보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그냥 걸었다. 보도블록 하나하나, 길 건너 신호등, 심지어 우리나라와 반대에 있는 운전자 석을 가진 차와 반대로 가는 차들, 다른 피부색과 머리색을 가진 사람들, 티끌 하나마저 생기 있는 새로움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이른 시간에 나선 터라 커피를 마시려 문 연 곳을 찾아 구경하며 걷고 있는데 반대편을 보게 되었다. 책 읽으며 걷고 있는 사람, 주변에 관심보다 자기 삶에 더 열중한 모습들을 보며 그 순간 알았다.

주변을 보니 갑자기 이 나라로 도망치듯 떠나온 나만 여유롭게 여기저기 둘러보며 관심 가질 뿐, 출근하는 것 같은 사람들은 자기 할 일과 핸드폰에 집중해 익숙한 주변 따위는 관심도 주지 않은 채 장애물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는 모습이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내던 내 모습 같았다. 그 익숙한 거리들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새롭고 신기한 것이 가득한 곳이겠구나. "나의 일상이 당신의 여행이었고, 이제 당신의 일상이 혹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일상의 나의 여행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었다. 생각이 바뀌니 시선이 바뀌고 마음과 기분이 바뀌다니, 별 것 아니지만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 그래서 돌아오고 난 뒤 가끔 새롭게 보기를 시도하며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을 바꾸어 보고 있다. 출근하기 바빠서라는 핑계로 쉬었고 놀기 바빠서 잘 돌아보지 못하던 동네를 걸어보며 집 근처에 매일 아침 7시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내어 놓는 빵집 있고, 그 빵이 엄청 맛있다는 것도 발견했고 좀 더 걸으면 조그맣지만 손으로 직접 내려 좋은 향을 뿜 뿜 내뿜어 마시고 싶게 만드는 맛있는 커피를 내어주는 인상 좋은 아저씨의 작은 카페도 찾고, 새롭게 바라보고 즐기다 보니 덕분에 조금 더 삶이 풍요로워지고 견딜 수 있어진 것 같다 오늘 하루도.


이때가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그토록 다른 것을 찾아온 낯선 세상은 누군가에게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안 순간이다. 내가 찍은 위 사진은 이 깨달음을 얻은 찰나를 찍고 간직한 것이라서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여행을 더 열심히 즐겨야 하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여행인 순간을 그런 일상을 나도 살고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 순간 멀리 떠나 온 것은 소중한 것들을 조금 떨어져 보면서, 하나하나 배우기 위해 참 멀리 돌아왔구나 생각하며 감사했다.


그 순간에 부모님에게, 서투르지만 배워가며 노력하는 나에게, 모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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