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다른 문화와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건 축복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며 스스로 매일 같이 하고 보았던 것들을 다른 이의 모습으로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떨어져 보면서 나의 일상을 새롭게 재 발견하며,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낯선 이의 아름다운 일상이 나의 일상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라기도 한다.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하며.
이 사진을 찍은 건 몇 년 전이었다. 추운 지방을 여행할 때 묵었던 높은 산 골짜기 위에 위치한 집의 지붕을 찍은 사진이다. 무엇일까요? 바로 창문입니다. 묵었던 숙소가 거대한 알프스 산맥을 따라 있는 산 중 하나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이 집은 산 중턱보단 조금 더 높은 곳에 위치했다. 밤에 도착해 묵고 아침에 나서다가 밤에 보지 못한 저 그림을 보고 주인에게 저 창문 같은 그림은 왜 그렸는지 물어봤다.
주인이 말했다. "창문 같은 그림이 아니고 창문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지붕에 창문이 있는 다른 낮은 곳 집들처럼 창문이 있으면 별이나 하늘도 볼 수 있고 좋을 것 같아서 창문을 달고 싶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 이전 세대부터 살아온 이 집 지붕에는 구조적 이유로 창문을 달 수가 없었어요. 그러려면 집을 다시 지어야 했어요. 근데 어렸을 때는 이유를 모르고 이해가 안 되니 창문을 가지고 싶어서 엄청 떼썼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창문을 달았다가 어떻게 되는지 말해 주셨죠. 여기는 산이고 만년설이 있는 곳이어서 일반 창문을 달면 얼어서 깨지거나 눈이 쌓일 때는 무게 때문에 부서져서 큰일이 날 수도 있다고 말이죠. 현대식 단열되는 창문을 달려면 전체 구조를 바꾸는 리모델링을 해서 집 구조를 다 바꿔야 하는데, 이 집의 역사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가족들이 하나하나 지어 올린 우리 가족들의 역사를 기억하고 지키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서 조금 철이 들고 포기했죠. 저도 가족을 기억하고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남겨져 있는 곳을 사랑하게 됐죠. 근데 저도 아이가 생기자 아이가 또 저 같은 꿈을 꾸더군요. 창문으로 별을 보고 싶다고."
그래서 주인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창문을 만들고 싶은 간절함으로 아들과 창문을 가질 수 있는 일을. 그 간절함이 아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어서 페인트를 마르게 하기 위해 지붕 주위에 물이 안 닿게 천막을 치고 일주일 동안 창문을 같이 그렸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처음에 싫어했던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제가 보기에 그 말을 할 때 주인 얼굴이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냥 그 마음이 너무 이뻐서 이 사진을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대대로 아무도 이루지 못한 꿈, 사랑하는 아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아이에게 만들어 준 창문. 아직까지 있는지 모르지만 그 마음을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본인은 가지지 못했지만 그 간절함으로 사랑하는 이에게 꿈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 그분에게 또 삶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환경이 문화가 달라서 이런 일을 그냥 보면 이해할 수 없었겠지만 여행을 통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다른 이의 삶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스스로 가슴속에 묻어둔 간절함이 있다면 언젠가 그 간절함이 누군가에 꿈에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