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사랑

by 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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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다 보면 익숙하고 평범한 삶의 장면을 낯설게 볼 기회가 생긴다. 문화가 다르고 장소가 다르더라도 보편적인 것들이 있다. 가족,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떠는 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생각나는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는 일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일 말이다. 이런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바라보면 그 순간이 새롭게 느껴지고 또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 또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 알게 된다.

사진을 찍은 날은 어느 평범한 7월 유럽의 공원이다. 묵게 될 숙소 위치가 공원 근처라 주인이 공원에서 보자고 하여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공원에 도착했다. (왜 굳이 집으로 가면 될 텐데 공원에서 보자고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도착하고 보니 시원한 바람과 분위기가 좋아 나도 그들처럼 날이 좋을 때, 햇빛의 따사로움을 즐기고 물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고 싶어 졌다.

그러다가 저만치 떨어져 있는 저 부부를 발견했다. 행복해 보였다. 저 장면을 보며 내가 저렇게 살기 바랐다. 부부는 서로 기대고 앉아 무슨 이야기인지 즐겁게 나누며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이 하루의 반짝이는 순간, 보고 있다가 보니 소중했지만 익숙하다고 느낀 많은 시간들을 소중했지만 소중한 줄 모르고 가볍게 지나 보냈구나 싶었다. 조금 더 즐기고 아낄 걸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뭐 그리 바빴는지.


마침 약속 시간이 되어 전화를 걸었더니 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분이 일어나면서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주인 부부였다. 두 분 나이는 당시 40대 초중반이었다. 얼굴을 마주치고 손을 흔드니 서로를 알아보았다. 안내해 주신다고 걸어가 다 보니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길에 있어 찾기 쉬웠다. 그런데 왜 공원에서 만나자고 하셨는지 궁금했다. 물었더니 날이 좋아서 일찍 퇴근했다고, 날이 좋으면 늘 이렇게 공원에서 와이프와 친구들하고 해를 즐기고 하루를 즐기며 보낸다고 하셨다. “Happy hour!”라고 하시면서 웃으셨다. 매일 즐기고 싶지만 날이 늘 좋은 건 아니고 추워지면 또 못하니까, 매 계절마다 또 해마다 달라지는 나무와 꽃들을 아내와 함께 즐기고 싶어서 거기서 보자고 했다고. 마냥 집에서 기다리다가 일상에 즐거운 순간을 놓치고 아쉬워하기 싫어서 그랬다고.

내게 너는 매일 누군가와 소중한 시간을 “Happy hour.”를 보내고 있지 않냐고 물었을 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일은 공원에서 앉아 하루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일인데 그 쉬운 일조차 못하고 살면 너무 힘들지 않겠냐고 하시면서 말이다.

때론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 놓고 앉아서 계속 수다를 떨며 웃는 유럽 사람들을 보며 “시간 되게 많나 보다.” “할 말이 참 많네. 오랜만인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런 것들이 서로 일상을 나누고 관심 가지는 방법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비추는 해가 따사롭고 소중해서 그 해 아래 선글라스를 쓰고 그 조차 감사하여 즐기고 있었구나. 그래서 더 행복해 보였고 우리와 다르게 해가 쨍쨍 나는 바깥 테라스 카페 좌석에 앉아 그렇게 즐겁게 수다를 나눴구나 싶었다.

대학생이 되고 아르바이트한다고 부모님과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었구나 했고, 바쁘다고 피곤하다고 투정이나 부리고 방문을 닫아 두기만 했었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내 얘기만 하느라고 그 사람 얘기 들어주지 못하고 바쁘다고, 내 시간에 맞추고 살면서 그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던 건 아닐까 생각했다. 소중한 매일매일을 제대로 살지 못한 채 다른 사람만 원망한 스스로 반성했다.


당장 오늘부터 사랑하는 가족하고 단 30분이라도 앉아서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해를 즐기거나 당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 가져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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