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CPA 2021년 기준 평균 연봉, 1억 7천만 원.
출처: 2021 Member Compensation reports
응? 얼마라고? 이게 말이 돼? ㅋㅋ 내가 회계법인 다니는 선후배 동료들 얼마쯤 받는지 다 아는데?
누구세요? 다들 어디 계세요? 이 설문에 응답하신 고액 연봉 회계사님들?
잠깐만, 나는 배운 사람이니까 평균의 함정에 속으면 안 되지. 중앙값, 그래 중앙값을 보자. 어디 보자... 중앙값은... 1억 2천이네? 하하하!
평균값 (mean): X의 값을 모두 더한 후, 그 총합을 X의 개수로 나눈 값
중앙값 (median): X를 차례대로 배열했을 때 중앙에 있는 값
예시:
A회사 5명의 연봉이 다음과 같다고 하자.
사원: 3천만 원
대리: 4천만 원
주임: 5천만 원
과장: 6천만 원
부장: 7천만 원
이때 평균값과 중앙값은 모두 5천만 원이다.
하지만 부장의 연봉이 사실 7천만 원이 아니라 1억 5천이었다면?
중앙값은 여전히 5천만 원으로 변함이 없지만, 평균값은 6천6백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문득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시절, 한 고객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내가 통화를 한 사람은 내 고객사에서 경리로 일하는 분이었고, 그 회사에서 일한 지 오래된 덕에 포지션에 비해 꽤나 후한 7천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었다.
고객은 물론 어느 누구와도 연봉 얘기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어쩌다 그 얘기가 나왔다.
"그래도 회계산데 연봉 1억은 받지 않으세요?"
"하하, 저희 그렇게 많이 못 받아요."
"에이~ 아무리 못해도 8천은 받겠죠! 솔직히 그것도 안되면 저라면 진작 때려치웠을 거예요!"
그날 전화를 끊고 친한 동료와 그 얘기를 하며 한참을 웃었다.
야, 너랑 나 둘 다 때려치워야 돼 ㅋㅋㅋ
실제로 당시엔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회계사의 연봉이 아주 낮게 책정되어 있었다. 내가 1년 차이던 시절 나와 내 동기들의 연봉은 모두 3천5백이었으니, 그 뒤로 매년 연봉이 인상됐다고는 해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은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얼마 전에 같은 회사 출신 선배와 얘기했는데 그 선배가 자기 때는 3천4백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내 2기수 후배부터 3천6백이었으니 (최소) 10년 이상은 비슷한 선에서 오르지 않았단 뜻이었다.
이렇게 꽤 오래 3천5백 선을 유지하던 회계법인 1년 차의 연봉은 지난 몇 년간 인력난을 겪으며 대거 상향조정되었습니다. 신입 유치도 예전보단 어려워졌고, 경력자들도 다른 곳으로 많이 떠나는 추세가 심해지는 걸 겪고 나서야 대대적인 연봉 조정을 했나 봅니다. 2022년부터는 대략 천만 원 이상씩 상향조정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BC주 기준)
얼마 전 한국 직장인 평균 연봉이 4천만 원을 넘었다는 기사를 보고 우울해졌다는 분의 글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캐나다 회계사 평균 연봉 기사를 보고 우울해지기는커녕 웃음이 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값이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남편한테 말하며 웃었더니 이 사람 너무나 해맑게 물어본다.
"너도 한 20년쯤 후면 연봉 1억 7천 되는 거야?"
"응^^ 혹시 물가가 아주 많-이 올라서 내 연봉이 그쯤 되면 아마 평균 연봉은 2억 5천쯤 되어 있을 거야."
표지 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