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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r 16. 2023

흰 바지에 핏자국, "생리중"입니다.

케냐 상원의원, 그녀의 용기


지난달 14일, 케냐의 한 상원의원인 글로리아 오워바 (Gloria Orwoba)는 흰색 바지에 붉은 핏자국을 묻힌 채 의회에 참석했다.


이 모습을 본 동료 의원들은 "이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행동이고, 월경은 다른 사람에게 노출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일"이라며 남녀 불문 오워바 의원을 질타했다.


의회 측은 '복장 규정 위반'을 사유로 오워바 의원의 의회 참석을 거부했고, 이에 그녀는 의회로 오는 도중 월경혈이 샜을 뿐이며 지정된 복장 규정에는 어긋난 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국 돌아가야 했다.



3월 8일, '여성의 날 (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AP통신은 위와 같이 오워바 의원의 활동을 소개했고, 한국에도 곧 여러 신문사에서 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그에 많은 댓글이 달렸다.


"더럽다, 불쾌하다, 비위 상한다" 같은 예상 가능한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못생겼다"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있었다.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첨언하지 않고 넘어가겠다.



똥도 자연스러운 거니 그냥 싸지 왜


그중 나를 멈칫하게 한 댓글은 바로 이것이었다. 우선, 월경을 하는 걸 '똥 싸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여기는 시선이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겪게 되는 대변, 소변, 트림, 방귀의 '생리현상 4종세트'는 건강상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다. 주변 환경이나 여건을 고려해 참거나, 심지어 몇 시간 뒤로 미루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월경은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약을 먹는 경우 제외).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날에 갑자기 월경이 시작될 수도 있고, 양이 제일 많은 날 아주 중요한 미팅이나 행사 혹은 장거리 이동 일정이 겹칠 수도 있다.


매달 겪는 일이라면서, 그것 하나 깔끔하게 케어 못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이는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월경주기 자체가 불규칙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정도 주기를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정확한 날짜와 그 양까지 예측 및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뜻은 알겠으나 방법이 옳지 않다


나름 수긍 가능한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어떠한 비판을 하기 전에 우리는 그 말이나 행동의 숨은 의도까지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9년 케냐의 한 소녀는 학교에서 첫 월경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교복에 피가 묻었다. 이를 본 교사는 "더럽다"고 모욕하며 그를 학교에서 쫓아냈고, 이 소녀는 모욕감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워바 의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월경 수치심 (Period Shame)"에 반대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왔으며 "월경혈을 흘리고 남에게 보이는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아프리카 사회에서는 월경이 죄악시되고 터부로 여겨진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일부 댓글이 지적했던 것처럼, 과연 "교육" 혹은 다른 "점잖은" 방법으로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는 게 가능이나 했을까.


2020년 케냐 보건부 통계에 따르면 도시 지역 여성의 65%, 농촌 지역 여성의 46%만이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한다고 한다. 월경혈을 드러내는 걸 수치스럽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생리대를 충분히 살 환경조차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여학생의 10%가 매달 월경 기간마다 학교를 결석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워바 의원이 학생들에게 무료 생리대를 나눠주고 있다 (AP photo)


그녀의 핏자국 해프닝이 진짜 실수였으면 어쩌고, 꾸며진 일이었으면 또 어쩌랴. 다소 과하다 싶은 방법으로라도 월경이 죄악시되는 문화를 바로 잡고자 한 그녀의 결단에 나는 이해를 넘어서 존경을 보내고 싶다.


그녀의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FreeThePeriod

#EndPeriodPoverty



*이 글은 <헤드라잇>에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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