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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r 06. 2023

내 아이의 심장소리가 택배로 도착했다

장기기증 이야기


한가로운 주말,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 하나에 아침부터 눈물바다였던 나.


John은 2019년, 당시 16살이던 아들을 차사고로 잃었다. 그는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아들의 심장을 기증받은 사람으로부터 써프라이즈 선물이 하나 도착했다.

그건 바로 아들의 심장박동 소리가 녹음된 테디베어였다.


출처: https://youtu.be/bvHTpbYMR8U


박스에 담겨 있던 편지를 읽던 남자는 이내 목이 잠겼고, 테디베어에서 나오는 심장소리를 확인한 순간 눈물을 터뜨렸다. 조금이라도 더 잘 들을 수 있을까 선물 받은 인형을 귀 옆에 바짝 갖다 대고 소리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나도 같이 울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예전부터 궁금했던 장기기증에 대해 주말 내내 여러 정보를 얻었고, 덕분에 많은 공부가 됐다. 그중 일부를 이곳에서 나누고자 한다.




우선 장기기증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하나는 생존시 기증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사후 기증이다. 생존시 기증의 대표적인 예는 신장기증으로 보통 가족 간에 이루어지는데, 이 글에서는 사후 기증에 대해서만 얘기해보고자 한다.


‘사후 기증’과 ‘뇌사시 기증’은 동일어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따로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뇌사(Brain Death)란?

뇌의 모든 기능이 손상되고, 운동능력이 전혀 없으며, 자발적 호흡이 불가능한 상태


이는 흔히 '식물인간'이라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며, 뇌의 일부 기능이 살아있고, 약간의 움직임이라도 있으며, 자발적 호흡이 가능한 '식물인간상태'일 경우엔 장기기증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증 가능한 장기는 심장, 신장, 간, 폐, 췌장, 각막, 조직 (뼈, 피부, 연골 등) 등이며, Global Observatory on Donation and Transplantation (GODT)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장기 이식 건수는 144,302번이었고, 그중 70%가 사후 기증된 장기였다.


하지만 장기기증 서약 여부에 관계없이 실제로 장기기증까지 이루어지는 경우의 수는 놀랍도록 적었다. 이유는, 사망 당시 다음과 같이 여러 조건에 부합해야만 기증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https://hillnotes.ca/2021/10/25/consent-for-organ-donation-in-canada/


위의 표에서처럼 캐나다의 경우를 예로 들면, 100명의 사망자 중 46.5%만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사망 당시 환자의 나이, 사망 상태, 건강 이력 등을 모두 고려하면 실제로 기증이 가능한 사람은 사망자의 1.2%뿐이었다.


Created by JLee (Source: https://www.irodat.org/?p=database)


국가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인구 100만 명당 뇌사 장기기증자수는 위와 같았다. 미국과 스페인이 40명 정도로 1,2위를 차지했고, 캐나다는 그의 절반인 19명, 한국은 9명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이 유독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영기 장기조직혈액관리원장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우선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신체훼손에 대한 거부감이나 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또한 까다로운 절차나 유족에 대한 예우가 적절치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기기증 에피소드' 방영 후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가 전년 동기 대비 3배나 증가했으며, 특히 장기기증 절차가 상세히 설명된 7화 방영 직후 등록자 수는 급등했다고 한다.


또한 <유퀴즈>의 '장기이식 코디네이너 편' 방송 이후에도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건 참으로 반갑고 희망적인 소식이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선한 영향력'이 아닐까?


한국의 이식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체계적인 시스템과 훌륭한 의료진은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릴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필요한 건 장기기증에 대한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응원이 아닐까 싶다.




표지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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