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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Mar 02. 2023

비속어를 쓰지 않고 분노 다스리는 법!

비밀보장 382회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라는 팟캐스트를 가끔 듣고 있다. 오랜 콤비인 둘의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데다 거기에 유쾌한 에피소드까지 더해져 즐겨 찾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되었다.


얼마 전에 본 에피소드의 주제는:

"비속어를 쓰지 않고 분노 다스리는 법!"이었다.


그게 대체 가능한 일이냐며 의문을 갖던 그들은 방송 경력 30년의 황수경 아나운서한테 전화를 걸었다.




송은이: 30년 넘게 아나운서 하시면서 비속어나 이런 거 잘 안 써보셨잖아요.

황수경: 그죠, 직업 특성상 쓸 일도 없거니와 또 쓰면은 안 되는 말들이니까...


김숙: 이런 말은 해보셨어요? "와, 나 지난달에 Zola 바빴어."

황수경: 아, 아니요... 뭐 '엄청' 이렇게 바꿔서 쓰지, '무지' 바빠! "정말 정신없이 살았어" 뭐 이렇게...

김숙: ㅋㅋㅋㅋ 그럼 이건요? "야, 뒤질래?"

황수경: 어우, 하하하, 그런 거는 "너 죽고 싶은가?", "너 죽고 싶으냐?" 약간 이런 표현이잖아요.


황수경: 근데 저도 제 나름대로 화를 표출하긴 해요!

송은이: 그게 오늘의 포인트입니다.

황수경: 막 욕을 하고 싶을 때 그 순간을 참기는 참 쉽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반어법으로 이렇게 말해요.


"이야~ 진짜~ 대단하다!"
"진짜 훌륭하다 훌륭해!"


<비밀보장> 382회 캡쳐본


나는 살면서 한 번도 욕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 비속어도 웬만해선 잘 안 쓴다. Zola, G랄, 3끼 같이 비교적 흔하게 쓰이는 이런 비속어도 한 번도 입에 담아 본 적이 없다.


꽤 오래전에 누군가한테 "욕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야, 나도야 ㅋㅋㅋ"하며 깔깔 웃었다. 내가 한 말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당시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 그 사람한테 대한 서운함이 더 컸던 것 같은데, 시간이 조금 지나 생각해 보니 왜 “욕을 한 적이 없다”는 게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법한 드문 일이 되었는지 조금은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어떤 기사에서는 심지어 욕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다뤘다. 욕을 시원하게 함으로써 고통을 감소시키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등 욕이 주는 ‘베네핏’이 있다는 것이다.


욕 조금 하고 비속어 좀 섞어 쓴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편하게 좀 살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언어는 습관이자 그 사람을 나타내는 지표 중 기본이 된다고 생각한다. 말을 통해 인격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 늘 거친 사람, 욕을 쓰지 않고는 화내는 법을 모르는 사람, 일상 언어에 비속어가 난무하는 사람한테는 깊은 정과 믿음을 주기가 유독 어렵다.




김숙이 물었다.

"욕 하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이에 황수경 아나운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쩌다가 한번 시원하게 하는 욕은 대리만족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조금 불편해요. 말에도 힘과 기운이라는 게 있어서 좋은 얘기를 하다 보면 기분도 나아지거든요."


그리고 그녀의 이런 대답은 아나운서로서의 본분을 지키는 것을 넘어 참 기품 있어 보였다.


혹시 욕하는 습관을 조금 바꿔보고자 마음먹었는데 뜻대로 잘 안 된다는 사람이 있다면 황수경 아나운서의 조언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야~ 너 진짜 대단하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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