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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Apr 14. 2023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또 그 소리


사람이 또 물렸다.


도대체 몇 번째 보는 비슷한 기사인지, 이번에도 역시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한테 지나가던 사람이 물렸고, 피해 여성은 목과 배, 다리 등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해당 개는 동네 염소도 물어 죽인 전적이 있는 대형견이었으며, 견주는 300만 원을 합의금으로 제시했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하지만 "사람이 개를 무는 건 뉴스가 돼도, 개가 사람을 무는 건 뉴스가 안된다"고 했던가? 우리가 이렇게 뉴스로 접하는 사고는 실제로 일어나는 사고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소방청 보도자료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로 119로 이송된 건만 매년 2000건이 넘으며, 이는 일일 평균 무려 6건의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25.4%로, 약 4가구 중 1가구는 개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을 한 마리 이상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게 개인의 “선택”이라면, 이제는 한 식구가 된 그들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훈련 및 대비를 시키는 것은 보호자의 “의무”다.


그럼에도 많은 개물림 사고가 여전히 이러한 간단한 의무조차 지키지 않아 일어나고 있다.




예전에 아파트에 살았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남편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개한테 물려 들어왔다.


치와와종의 작은 개였고 바지 위로 물은 거라 큰 피해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집에 와서 바지를 걷어보니 이빨자국이 나 있고 약간의 피가 맺혀 있었다. 자기 개가 사람을 물은 걸 봤는지 어쨌는지, 개 주인은 별다른 사과 한마디 없이 본인 층에서 내렸다고 했다.


보통 집에서 키우는 개는 각종 예방접종 등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은 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옆집 사람한테 "혹시 2층에 치와와 키우는 집 아는지" 물었더니 그는 대번에 안다고 했다. 유명한 개라고.

알고 보니 매일 엄청 짖어대서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의 불평이 끊이지 않았던 집이었다.


남편과 나는 그 집을 찾아갔다. 나까지 옆에 서 있으면 꼭 싸우자고 온 사람들처럼 보일까 봐 나는 두어 발짝 떨어져 멀리서 지켜봤다.


남편이 초인종을 누르자 개가 왈왈 짖기 시작했다. 일단 제대로 찾아온 것 같았다. 그런데 그들은 집에 없는 척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시 말해 본인 개가 한 짓을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가버렸다는 생각을 하자 더욱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초인종을 몇 번 더 누르고 계속 기다리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견주가 문을 빼꼼히 열었다. 남편은 본인 상처를 보여주며 그저 본인이 혹시 병원에 가야 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고, 남편이 싸우러 온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예방접종 모두 한 개이니 걱정 마시라"는 답변을 들었다.




남편은 개를 좋아한다.

나 역시 개를 좋아한다. 어릴 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토이푸들과 7년을 언니동생하며 같이 살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는 원래 동물털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었고, 내가 키우던 개가 죽고 나서 알레르기 반응은 아주 심해졌다. 이제는 예쁜 마음에 쓰다듬거나 안아주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두드러기가 돋고, 심하면 호흡이 거칠어진다. 그래서 그 뒤로는 그저 눈으로만 예뻐하고 만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끔 산책을 나가면 목줄을 해야 하는 장소인데도 목줄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목줄을 길게 늘어뜨려 오가는 사람들한테 접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견주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영 불편해진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 등의 이유로 개와 가까이하는 게 건강에 좋지 않은 사람도 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사람을 좋아해서 그래요."


이제 이런 말은 그만 듣고 싶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이 글은 <헤드라잇>에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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