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 케냐의 여성인권운동 관련 글을 하나 올렸다. 찬반대립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과 의견을 나누고 싶어 올린 글이었다.
https://brunch.co.kr/@jlee09/122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앱을 켜보니 조회수가 많이 올라 있었다. 눈을 반쯤 뜨고 우선 다음으로 직진했다. 그런데 다음의 어느 탭을 뒤져봐도 내 글을 찾을 수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통계를 다시 들여다봤는데, 이게 웬걸? 메인 유입경로가 다음이 아니라 SNS였다. 하지만 카카오 뷰와 카카오톡을 통해 내 글이 퍼졌다는 기록만 있을 뿐, 그 외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이건 또 새로운 경험이네' 가볍게 생각했다 처음엔.
그런데 조회수가 계속 늘었다.
다음에 글이 노출되는 경우에도 조회수 폭발을 경험한 적은 있었지만, 그 패턴은 이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조회수가 단기간 아무리 올라도 보통 2,3일이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지는 패턴.
그런데 이번 경우는 도대체 어디에 내 글이 올랐는지, 어떤 분들이 내 글을 읽고 계신 건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그 숫자가 계속 오르더니 3일 차를 지나며 조회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크게 늘기 시작했다.
1일 차: 3,900
2일 차: 5,000
3일 차: 8,200
4일 차: 16,600
5일 차: 17,500
6일 차: 13,000
7일 차: 7,500
8일 차: 4,300
그렇게 8일간 지속되던 파티는 9일째 막을 내렸지만, 그새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고, 일부는 라이킷과 댓글 등을 통해 흔적을 남겨 주셨다. 그중 몇 분은 구독도 해주셨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럼에도 조회수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어떤 분들이실까, 내 글을 읽으신, 그리고 읽고 계신 이 많은 분들이. 혹시 악플이라도 달리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에는 브런치에 글 좀 쓰다가 (이왕이면 내 어마어마한 필력과 소재에 감탄한 편집자분의 러브콜을 받아) 내 이야기를 담은 책 한 권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는데, 허허, 책은 무슨 책이냐. 이렇게 내 글이 갑자기 모르는 그룹에서 읽히는 것만으로도 새가슴이 되어 악플 걱정이 되는데.
그런데 이 사람 심리라는 게 참 이상해서...
글을 보라고 써놨으면서 정작 너무 많은 분들이 보시면 그건 또 부끄럽고
많은 반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악플이 달리는 건 아닐까 걱정되고
내 글로 책도 내고 그걸로 돈도 벌고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내 이름이 알려지는 건 싫고
메가 인플루언서들의 유명세가 부럽다가도 나는 이렇게 계속 작가명 뒤에 숨어 부캐로만 조용히 살고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르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던 류승수 님의 명언이 있었다. 이에 무릎을 탁 치며 '맞아 맞아' 공감하던 수많은 사람 중 하나였는데, 그러면서 또 몇 달 전부터는 <헤드라잇>이라는 다른 플랫폼에까지 합류해 오히려 내 영역을 넓히고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모순적인 일인지. 하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책임감을 갖고 내 글을 쓰는 일. 나중에 나의 흔적을 돌이켜 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발행하는 모든 글에 애정을 갖고 나만 쓸 수 있는 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일.
우선은 그 점에만 집중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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