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광고 안 한다면서요...
이효리가 11년 만에 상업광고 복귀를 선언했다.
광고주들은 '슈퍼스타 이효리'의 복귀 소식에 환호했고, 그녀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앞다투어 공개 러브콜을 보냈다.
'광고 퀸' 이효리의 귀환
복귀 신고도 역시 이효리답게 쿨하고 솔직하게!
MZ세대는 물론 모든 연령층에 통하는 그녀의 매력
이렇게 모두가 그녀의 복귀에 열광한다는 기사가 쏟아지는 이 시점, 조금은 아쉬운 마음에 그녀의 결정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며칠이었다.
이효리는 왜 상업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했었나?
이효리는 단연 광고계의 슈퍼스파였다.
의류, 주얼리, 식품, 화장품, 전자제품 등 각종 기업의 제품을 광고했고, 이효리가 광고한 제품은 거의 매번 소위 대박을 쳤다. 기업들이 그녀를 모셔가기 위한 경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던 2012년, 그녀는 돌연 "더 이상 상업광고를 찍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하게는 본인의 신념과 어긋나는 내용의 광고를 촬영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환경 보호 등 좋은 취지의 캠페인이 아닌 상업광고에는 더 이상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해 출연한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내가 그걸 먹고 살을 뺀 게 아니고, 그 화장품을 써서 예뻐진 게 아닌데 사람들한테 그렇게 각인시키는 게 싫었다"며, "이제는 솔직한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는 말을 했다.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돈을 벌만큼 벌었으니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리 돈이 많다 해도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그때까지는 이효리를 가수, 혹은 방송인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다른 스타들과 차별화된 소신 있는 발언과 그에 상응하는 행보에 나 역시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효리는 그 이후, 환경을 아끼고 동물 보호에 힘쓰는 등 본인의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주며 '섹시가수 이효리'에서 진짜 사람 냄새나는 '진정한 슈퍼스타'로 거듭났고, 그녀에게 특별히 팬심이 없던 사람마저도 어느 순간 '효리 언니!'를 외치게 만드는 매력을 보여줬다.
나아가 많은 이에게 사랑을 넘어 존경을 받는 롤모델의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
이제는 복귀합니다.
그랬던 그녀가 2023년 어느 날, 느닷없이 광고 복귀 의사를 밝혔다. 본인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예전에 광고 모델을 했을 때의 사진을 한 장 올리고 그에 짧은 멘트 하나를 덧붙이는 방식으로.
"광고 다시 하고 싶습니다. 광고 문의는 antenna music으로~"
그런데 그 방식이, '이효리스럽게 쿨하고 솔직하다는' 그 방식이, 나는 영 불편하다.
"돈이 적당히도 아니고 엄청 많다"던 그녀가 돈이 궁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고, 상업광고를 한다고 해서 반드시 본인의 신념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또 신념이 변했다고 한들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11년이다. 본인이 한 말대로 살아온 시간이.
<효리네 민박>이라는 방송을 찍을 때는 30억짜리 광고 제의도 거절했다는 루머가 있다. 그 루머의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그녀의 몸값을 생각하면 지난 11년간 그녀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벌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아쉽다.
그녀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냥 팬의 한 명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는 거다.
슈퍼스타의 화려함은 없어도, 수더분한 남편과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그녀의 반려견들과 함께 하는 그녀의 사람 냄새나는 삶을 보는 게 좋았다. 그 속에는 편안함이 있었고 위로가 있었다.
<효리네 민박>은 소탈해서 좋았고, <서울 체크인>은 따뜻해서 좋았다. <캠핑 클럽>은 핑클 완전체와 함께 하는 모습에 순간순간 올라오는 뭉클함이 있었다. 그러다 한 번씩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변함없는 입담과 예능감을 보여줄 때면 또 그런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 그녀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몇 년쯤 후, '아, 그래서 그때 다시 광고하고 싶다고 했었던 거구나... 역시!' 하는 어떠한 반전과 함께 그녀의 진짜 속마음과 깊은 뜻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올까?
단순히 돈과 스타성을 다시 얻고자 하는 게 아닌, 그녀의 이러한 변화에 무언가 다른 깊은 뜻이 있기를 바란다면 그건 그저 나의 욕심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