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감이 없어 유감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는 5월 4일 가진 회의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이상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팬데믹이 선언된 지 3년 4개월 만에 사실상 엔데믹을 선포한 셈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일부 또는 전체에 허용하고 있다.
오늘은 재택근무 얘기를 좀 해보고자 한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직원 간에 유대감을 쌓기가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온다. 나 역시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했던 2020년 초반에는 걱정이 됐던 부분이었다.
매일 같이 옆자리에서 일하던 팀원들은 물론, 오다가다 복도나 라운지 등에서 마주쳤던 타 부서 사람들과도 자연스레 마주칠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스몰토크의 기회가 줄었고,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거나, 오후에 커피 한잔을 하며 주말 계획을 나누던 일도 없어졌다.
신입사원들은 더 문제였다. 우선 선후배 동료들을 만날 기회가 줄었으며, 모르는 게 있어도 직접 가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3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대부분의 시간을 홈오피스에서 일하고 있지만, 화상미팅을 통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동료들 얼굴을 본다. 우리 팀에 새로 들어온 막내는 나한테 질문이 있을 때마다 사내 메신저로 내가 시간이 있는지 묻고, 내가 바쁘지만 않다면 바로 전화를 걸어온다.
본인의 화면을 공유하며 모르는 것을 질문하면 나는 그 화면과 내 화면을 동시에 보며 답을 해줄 수 있다. 사실상 훨씬 더 효율적인 트레이닝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업무의 효율성을 차치하고도 이로 인해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장점까지 얻게 되었다. 그건 바로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서로의 '가장 내추럴한 모습'까지 공유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생얼, 대충 묶은 머리, 홈웨어 등 다소 정돈되지 않은 모습으로 온라인에서 만나는 게 일상이 되었으며, 미팅 중에 아이가 불쑥 말을 걸거나, 고양이가 갑자기 카메라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자기 아이가 만들었다며 재미있는 미술작품을 공유하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 몰랐던 점까지 알게 되고, 그걸 계기로 더 깊은 친분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사장님의 고귀한 말씀을 전 직원이 함께 모여서 들어야만 소속감이 생기는 게 아니며, 잔 돌려가며 술 마시고, 2차로 노래방 가서 같이 망가져야만 생기는 게 유대감이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직원관리 운운하며 이유불문 사무실 출근 주장하는 부장님보다, 직원단합 한답시고 주말 야유회 기획하는 과장님보다, 화창한 봄날 금요일 오후에는 데이트하라며 일찍 퇴근시켜 주기도 하는 팀장님에 훨씬 더 큰 유대감이 생기는 건 비단 나뿐일까.
가-족같은 회사가 아니라 진짜 가족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면 회사는 진지하게 변화와 조화를 이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MZ세대 동료한테:
내 가치를 알아주고, 내 성과를 인정해 주고, 내 수고에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 나를 믿어주고, 내가 팀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한 번씩 상기시켜 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으신 가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혹시 현재 그런 행운을 누리고 있다면 나 역시 팀에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인정과 감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