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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Sep 08. 2023

캐나다 '당근마켓'에서 차를 팔았다

중고차 파는 재미


출퇴근용으로 장만했던 내 첫 차.


하지만 2020년 코로나로 시작된 재택근무로 지난 3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차고에서만 보낸 아이였다.


그 덕에 나이는 열 살인데 아직도 겨우 5만 3천 킬로밖에 안 뛰었던 여전히 쌩쌩한 이 녀석을, 남편과 오랜 상의 끝에 결국 파는 것으로 결정했다.




캐나다에서는 차를 어떻게 팔까?


물론 가장 쉬운 방법으로는 자동차 딜러에게 파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빨리 처분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제값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많은 사람들이 중고마켓을 통해 직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




1. 시세 파악


우선 오토트레이더 사이트에 들어가 내 차의 연식과 사양이 비슷한 차를 검색한 후 시세를 파악했다.


요새 중고차 시장이 얼마나 핫한지 같은 연식의 다른 차들이 캐나다 달러로 만 불 이상에 올라와 있었다.


오케이! 일단 시세 파악 완료!




2. 온라인 중고마켓에 포스팅


여기에도 온라인 중고마켓이 여러 군데 있지만, 다른 곳을 모두 제치고 요새 가장 핫한 플랫폼은 역시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Facebook Marketplace)".


비교하자면 한국의 "당근마켓" 같은 곳.


그래도 옷이나 신발, 소품 같은 저렴한 물건이 아니다 보니 거래가 성사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하며 지난 주말 아침 여유 있게 포스팅을 올렸다.


그런데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오기 시작하더니 오후 내내 여기저기서 문의가 빗발쳤다.


문의가 정말 많이 왔다


그냥 살짝 찔러보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부터, 다짜고짜 가격 흥정을 시도하는 사람까지 다양했지만, 반대로 오늘 바로 보러 오겠다는 사람, 다음 주 테스트 운전을 예약하고 싶다는 사람까지 매우 적극적인 사람도 꽤 많았다.


특히 놀라웠던 건 바다 건너 밴쿠버에서도 여러 명이 문의를 했는데, 제일 멀게는 (편도 7시간 거리의) 켈로나에서 직접 사러 오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3. 테스트 드라이브 예약


그중 제일 적극적이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됐던 한 분과 약속을 잡았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여자분이 첫 직장에 취직하고 차를 알아보던 중 내 차를 보고 너무 맘에 들었다며, 부모님까지 동행해 차를 보러 온 것.


우선 차 상태를 꼼꼼히 둘러본 후, 테스트 드라이브까지 야무지게 마치고,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


한 달쯤 여유를 두고 천천히 팔겠다던 내 차는 그렇게 24시간 만에 팔려버렸다.




4. 거래 완료


가까운 보험사에 가서 자동차 양도 증명서 (Transfer/Tax Form)를 받아 판매자란을 작성 후 구매자한테 넘겼다.


돈은 현금으로 그 자리에서 받았다.


이 많은 현금을 만져볼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어 기념샷을 하나 남겼다


그렇게 양도 절차를 마치고 나면 차 번호판을 떼어내서 보험사에 반납해야 한다. 나는 1년 치 보험료를 미리 내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대한 보험료를 환불받았다.


이로써 내 차와의 이별식은 이렇게 간단하게 끝.




내 새끼 이뻐 보이라고 때 빼고 광내고

가는 길 배고플까 기름까지 꽉꽉 채워

앞으로 잘 부탁한다 인사하며 새 주인한테 넘겨줬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던 내 인생 첫 차.

널 잊지 않을게, 잘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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