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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Nov 24. 2023

캐나다에 산불이 난 날, 카톡이 하나 왔다

그리고 같은 날 온 또 하나의 연락


작가님, 잘 지내시죠?
방금 캐나다에 산불이 났다는 뉴스를 봤어요.


지난 6월 어느 날이었다.


브런치 글벗님으로부터 반가운 메시지가 하나 왔다. 캐나다 산불 소식이 한국에까지 전해진 모양이었다.


실제로 당시는 캐나다 전역에 퍼진 산불로 여러모로 많은 피해가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정작 우리 가족 단톡방은 내내 조용했다.


글벗님한테 받은 감사한 안부 메시지


그분과의 카톡을 마무리한 후 잽싸게 가족 단톡방에 톡을 하나 올렸다.


"가족 여러분? 캐나다 산불 소식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는데 우리 가족분들은 하나같이 조용하네요?"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J야, 오늘 오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셨어...




20대 나는, 예의를 중시하고 친절을 강조하는 사람이었지만, 나 역시 타인으로부터 그만큼의 친절을 기대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손님에게 친절하지 않은 서버나 개인적인 감정을 일터에까지 갖고 오는 동료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 '프로답지 못함'을 쉽게 비난했다.


30대 나는, 필요할 땐 내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 진짜 프로라고 생각했고, 내 개인사와 감정기복을 회사에서는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아플 때 내 동료들이 그런 사정을 전혀 몰랐던 것도, 내가 깊은 무기력에 빠졌을 때 회사에서는 어떠한 티도 내지 않았던 것도, 모두 다 그런 내 고집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시간들을 겪으며 내게도 유연함이 생기고, 다른 사람의 숨겨진 아픔을 들여다보는 힘이 생겼다... 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늘 밝은 얼굴이던 내 옆자리 동료 하나가 내게 임신 소식을 알리며 사실 오랜 시간 난임으로 고생했었다는 얘기를 해왔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본인 아들 얘기를 가끔 하며 늘 미소 짓던 동료의 아이가 사실 많이 아프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고, 카리스마 넘치던 매니저 한 명은 사실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고백을 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란 걸 깨달으며, 모두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 산불 뉴스에도 카톡 하나 없다고 툴툴거린 날 들려온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나는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


출처: OurMindfulLife.com
친절해라. 네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한 로컬 커피숍 앞에 적혀있던, 내 발걸음을 오래도록 멈춰 세웠던 이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기억하자.

내가 만나는 사람 모두가 그 웃음 뒤에 자신만의 힘든 싸움을 숨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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