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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Sep 04. 2023

정성호의 계산법이 이상하다

4인가구 한 달 식비는 얼마나 들까?


'성대모사 장인'이자 '다둥이 아빠'로 유명한 개그맨 정성호가 <라디오스타>에 나왔다.


아이가 셋도, 넷도 아니고, 무려 다섯.

정말 어마어마하다.


정성호는 현재 정성호 부부와 아이 다섯, 그리고 장모님까지 8명이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 많은 수의 식구를 위한 식비만 해도 엄청나다고 하길래, 당연히 그러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계산법이 조금 이상하다.




# 4인가구 한 달 식비가 200~300만 원?


잠깐만, 4인 가족 한 달 식비가 그렇게나 많이 든다고?

궁금해졌으니 찾아봐야지.


우선, 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4인가구 식비 한 달 평균은 106만 원이라고 했다. 전년도보다 무려 9.7%나 증가한 수치.


물가가 계속 오르는 점을 감안해 2023년에도 같은 증가율을 적용하면 2023년 1분기 평균은 116만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흠... 너무 낮은가? 잘 모르겠다.


또 다른 자료를 살펴보자.


아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발표한 2023년 표준생계비 자료이다.


아래의 표에 따르면 4인가구의 식비는 아이들 연령에 따라 176만 원에서 215만 원 사이였다.


출처: http://inochong.org/storehouse/371975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할 때 쓰려고 만든 자료로, 생활비가 실제보다 넉넉하게 책정되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4인가구의 실제 식비는 이보다는 적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어쨌든 넉넉하게 쳐서 4인가구 한 달 식비를 대략 200만 원이라고 가정해 보자.




# 한 사람 추가될 때마다 +100만 원?


그런데 정성호의 다음 멘트가 이상하다.


4인가구 평균이 200~300만 원인데 왜 한 사람이 추가될 때마다 +100만 원...?


정말 많이 쳐 줘도 한 사람당 +50만 원이면 될 것 같은데, 입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인 당 100만 원씩 추가하는 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계산법인지.




# 냉동고가 5대나 필요한가요?


거기에 정성호는 집에 냉장고와 냉동고를 합한 수가 총 7대라고 했다. 이것 역시 단순히 '아이가 다섯'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다.


요리연구가 등 직업 특성상 다양한 식재료가 상시 필요한 사람도 아니고, 일반 가정집에 단지 식구가 8명이라는 이유만으로 냉장고와 냉동고가 7대나 필요할까?



각 가정의 형편 및 소비 행태는 다 제각각이므로 '평균'이라는 이름으로 퉁치는 게 옳지 않다는 건 안다.


정성호네 집에 냉동고가 5대가 있든, 식비로만 천만 원을 쓰든 그건 내 알바 아니지만, 단순히 '다둥이 아빠'라서 혹은 '아이가 많은 가족'이어서 마치 그것들이 피할 수 없는 일처럼 얘기가 이어지는 게 좀 불편했다.


"우리는 먹는 데 돈을 안 아끼는 편이라 식비만 3백만 원이 들어요" 하는 거랑, "우리는 아이가 셋이라 식비가 기본 3백이에요"는 엄연히 다른 뜻일 텐데.




<라디오스타> 출연 불과 한 달 전, 모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서 소신을 밝히고, 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던 그였다.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과장도 좀 섞고 MSG도 좀 뿌렸을 뿐인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돈이 많다고 아이를 많이 낳는 건 아니라던 그가, 막상 다른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는 사실 돈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요"하고 호소하듯 말하는 상반된 모습에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이래저래 돈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란 거 안다. 하나만 키워도 그런데 다섯 아이 키우면서 돈이 좀 많이 들까?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내 기준을 모두의 평균처럼 말하거나,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아이에게 조금 더 해주고 그걸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는 좋은 부모'로 포장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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