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삼십 대 후반,
아직은 그저 젊다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멋지게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한다.
조각 같은 얼굴, 화려한 외모, 글래머러스한 몸매 등 생김새로 판단하는 그런 멋짐 말고, 눈빛과 분위기에서 풍겨 나오는 그런 깊은 매력이 있는 사람.
올바르고 건강한 가치관과 신념이 있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챙길 줄 알며, 자신감은 있되 결코 오만하진 않은 겸손의 미덕까지 갖춘 사람.
눈가의 잔주름이나 희끗희끗 새어 나온 흰머리에서도 기품이 흘러나오는 그런 사람.
나도 그렇게 멋지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
몇 달 전 <유퀴즈>에 출연한 리치언니, 박세리는 본인의 이상형으로 배우 정우성을 꼽았다. 멋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는 그의 모습이 좋다고.
옆에 있던 유재석은 "잘 생겨서가 아니고요?" 하면서 장난을 걸어왔지만, 사실 잘생긴 걸로만 따지면 어디 정우성뿐인가?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길거리만 돌아다녀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인데.
박세리님의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멋스러워지는 사람이 좋다"는 말에 한껏 공감했다.
그러다 얼마 전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만날텐데>에 출연한 정우성을 보며, 이 사람은 정말 찐이라고, 진짜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요새 개봉하는 한국 영화를 다 극장 가서 본다는 정우성은, "한국 영화 어렵습니다, 극장 어렵습니다" 하는 구호가 사실 되게 무색하다며, 염치없다고 했다.
본인이 영화관을 자주 가다 보니 작은 변화도 바로 알게 되는데, 예매가 필수였던 영화관람이 이제는 현장 구매가 너무 쉬워졌고, 비용 절약을 위해 극장 로비에 있던 소파마저도 없어지는 현실 등을 보며 이 업계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게 된다고.
그리고 동료 배우들에게 쓴소리도 한마디 덧붙였다.
너희 영화만 "극장 와주세요"하지, 너희가 한국 영화 개봉하면 극장 가서 봐?
와- 너무 멋있다, 이 사람.
글을 쓰며 정우성의 필모를 찾아봤다.
1994년 데뷔 후 그간 출연한 작품은 영화만 해도 40편 정도, 그중 관객수 5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감시자들>, <더 킹>, 그리고 최근에 상영한 <서울의 봄>까지 4편뿐이며, 반 이상은 100만 명도 넘기지 못했다.
스타성에 비해선 흥행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었으며, 한때는 연기력 논란도 종종 있던 배우였다.
다시 말해, 그의 인기가, 그의 멋짐이, 단순히 그의 연기력과 흥행 성적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며, 그건 정우성이라는 사람이 오랫동안 쌓아 올린 그의 사려 깊은 태도와 사람 됨됨이에서 오는 아우라 때문이라는 것이다.
Elegance is an attitude.
품격은 태도에서 비롯된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사람'이 더 좋아진다.
'잘하는' 사람보다 '꾸준한' 사람이 더 존경스럽고
'화려한' 스펙보다 '진정성'에 더 끌리게 된다.
나도 품격 있는 사람으로 우아하고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