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부탁 거절하는 법 따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야 깨닫는다.
나이 들면서 자연스레 얻어지는 건 흰머리, 주름, 노안뿐이라는 걸.
친절은 하고 싶고 좋은 사람은 되고 싶은데 그렇다고 또 호구되기는 싫고... 매번 이 갈림길에서 내적갈등이 끊이질 않는 것 보면 내가 철이 덜 들었나 싶다가도,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미움받을 용기>
같은 책이 늘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는 걸 보면, 이건 나만의 문제는 아닌가 싶다.
누가 그랬지, 차라리 '호구'보다는 '호랑이'가 낫다고.
얼마 전 또 그런 일을 겪고 마음이 잔뜩 상해있던 날, 남편에게 하소연을 쏟아내며 고민상담을 했다.
'친절함'이라면 어딜 가나 1등 자리를 놓치지 않던 그 역시 만만치 않은 '호구'시절을 보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자기만의 거절 방법이 있다고 했다.
<친절하되 호구되지 않는 법>
1단계: 상대방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줌
2단계: 부탁을 들어는 주되 그로 인한 어려움 혹은 불편함을 상대방이 알게 함
3단계: 그럼에도 반복되는 부탁은 정중히 거절
헉, 이제야 알겠다.
남편 얘기를 듣고 보니 나는 맨날 1단계, 2단계만 왔다 갔다 하고 정작 거절한 적이 없었다.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는데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없었던 걸까, 아니면 친절한 사람의 꼬리표를 그토록 떼고 싶지 않았던 걸까.
내 고민을 들은 친구 하나는 내게 얘기했다.
그건 '나이'가 아니라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고.
이제부터 나도 <친절하되 호구되지 않는 법> 1,2단계를 넘어서 3단계도 가끔은 실행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