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회계사 9년 차입니다.
이쪽 업계에서 10년 가까이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생각하는 회계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종종 듣게 되는데요, 그중 몇 가지 오해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거 아닙니다. 일단 저만 봐도 아니에요.
저 고등학교 때 수학 잘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수학이었고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암산은 잘 안됩니다.
어느 정도냐면 두 자릿수 더하기 두 자릿수, 이런 것도 버퍼링이 좀 걸려요. 단위가 큰 수를 읽을 때는 여전히 "일, 십, 백, 천, 만,..." 이렇게 끝에서부터 세어 읽고요.
하지만 일하는데 전-혀 지장 없습니다. 회계사에게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함께 하는 든든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죠, 바로 '계산기'와 '엑셀'인데요.
공부할 때는 계산기를 끼고 살게 되는데 이 회계용 계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법을 익히는 것은 시험을 패스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고요, 실무에서는 그 자리를 엑셀이 대신하게 됩니다. 암산능력은 필요 없고 산식을 세울 수만 있으면 됩니다.
혹시 어떤 회계사가 간단한 암산도 못하고 계산기 두드리고 있다면 그냥 못 본 척 넘어가 주세요. 좀 모자라 보여도 일은 곧잘 하는 사람일 수도 있어요.
아닙니다. 회계사의 연봉에 대해서는 전에도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9년 전 제가 처음 회계법인 입사했을 당시 제 초봉은 3천5백만 원 정도였고요, CPA를 딴 직후에는 5천만 원쯤 됐었네요.
지금은 회계법인 초봉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회계사라면 무조건 연봉 1억 이상은 받겠지'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건 100% 오해입니다.
연차가 쌓임에 따라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직군인건 맞으나 처음부터 그렇게 고액 연봉을 받는 건 아닙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론 가장 많이 들었던 오해라 언젠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습니다.
회계법인 업무는 크게 '감사, 세무, 자문' 이렇게 3가지로 나뉘는데 이중 감사가 수요가 가장 높고 세무 쪽은 수요가 낮은 편인데요, 모든 CPA가 이 모든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세무도 개인과 법인의 세법이 분리되어 있어 두 가지 다 접하게 되는 경우도 많지 않고요.
제 경우에는 회계법인 재직 당시 감사와 법인세를 담당했었는데, 개인세금쪽은 접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참고로 캐나다엔 '세무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지 않고요, 대신 CPA 합격 후 'Tax Specialist'로 갈 수는 있지만 복잡한 세율과 시시때때로 바뀌는 세법 때문에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 모든 회계사의 적성에 맞는 진로는 아닙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회계사라고 하면 세금에 대해 잘 알 거라고 대부분 생각하시거든요.
많은 분들이 이런저런 세금 관련 질문들을 종종 하시는데, 그럴 때마다 저 얼마나 난감한지 모릅니다. 저도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그냥 "모른다"고 답하면 성의 없다고 생각할까 봐 얼마나 조심스러운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사실 제가 세금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길을 가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었거든요.
그 외 "회계사는 재테크를 잘할 것이다", "주식투자를 잘할 것이다" 같은 소문 또한 그저 오해일 뿐이라는 말씀을 덧붙입니다. 저도 주식투자 잘하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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