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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ul 11. 2022

캐나다에 와서 "최강동안"이 된 썰

저 생각보다 나이 많아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엄마, 언니와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첫 여행지인 파리의 숙소였던 어느 한국인 민박집.

샤워를 하기 위해 공동 화장실 앞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언니가 내 옆으로 와서 물었다.


저기여... 몇 학번이세요?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엄마한테 말했다.

"엄마엄마! 아까 어떤 언니가 나보고 몇 학번이냐고 물어봤어! ㅋㅋㅋㅋ"


엄마가 대답은 안 하고 갑자기 손가락을 접어 숫자를 세어 보더니, "앞으론 누가 그렇게 물으면 XX학번이라고 대답해라~" 하며 깔깔 웃었다.


여행을 다니며 만난 다른 사람들도 나를 최소 중학생 혹은 고등학생으로 봤고, 당시 중2였던 울 언니를 내 동생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언니는 중학교에 올라가며 두발 규정으로 똑단발인 상태였고, 나는 긴 생머리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라고 아직도 머리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모 대학교 앞에 있는 치과에 갔다가 그 대학 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오빠에게 헌팅을 당한 적도 있었다. 그 오빠는 내가 중2라는 대답에, 갑자기 목소리를 과외 선생님 같은 톤으로 바꾸더니 "공부 열심히 해라~" 하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사라졌다.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당시 중학생들은 화장은커녕 틴트조차 바르지 않았다. 그냥 내가 늙어 보여... 아니, 좀 많이 성숙해 보였던 것뿐)


초등학교 때부터 나를 알던 내 친구는, "너는 어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앨범 얼굴이 다 똑같냐"며 웃었다. 정말로 ‘똑’같지는 않겠지만, 내가 봐도 크게 변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랬던 내가 대학생이 돼서 드디어 내 나이를 찾았다! 스무 살 때는 스무 살 같은 얼굴, 스물다섯 살 때는 스물다섯 살 같은 얼굴이 되었고, 나도 이제야 내 나이대로 사나 싶었다.




그런데…


초딩 때부터 대학생 소리를 듣던 내가, 캐나다에 와서 오히려 최강 동안이 되었다.


서른 즈음 어느 한 작은 회사에 매니저로 취직했는데, 혹시나 너무 어려 보일까 싶어, 일부러 첫 출근 전 미용실에 가서 거금을 주고 펌까지 했다.


그런데 같이 일하던 동료가 내가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더니 너무 깜짝 놀라며, 대체 몇 살에 결혼한 거냐고, 18살 이전에는 결혼할 수 없으니ㅋㅋ 지금 한 21살쯤 된 거냐고 (진짜 너무 진지하게) 물었다.



그리고 몇 년 전 남편과 같이 이사 갈 집을 보러 다니던 중, 어느 오픈 하우스를 구경하러 갔을 때였다.


집을 찬찬히 둘러보고 나오는 길, 40대쯤으로 보이는 중개인 아주머니가, 굉장히 친절한 얼굴로 우리한테 브로셔를 건네주며, "부모님께 말 좀 잘 전해달라"고 얘기했다. 그 브로셔와 중개인을 번갈아 쳐다보며 남편이랑 어찌나 웃었던지.ㅋㅋㅋ


(남편이랑 나 둘 다 삼십 대였다.)




이쯤 되면 '그래서 뭐! 너 동안이라고 자랑하는 거니?' 하는 오해가 들 수 있는데, 그런 의도가 아니다.


한때 꽤나 인기였던 명절 특집 프로그램 "최강 동안 vs 최강 노안" 시리즈에 나올 법한 정말 특이한 일반인, 혹은 관리를 아주 잘한 연예인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동안이라고 해봤자 두세 살쯤 어려 보이는 정도여야 하는데, 이건 뭐 나이를 한 열 살쯤 깎으니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짐작조차 못하는지 늘 의문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서양인은 동양인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한다. 이는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양인이 어려 보이는 , 피부관리, 화장, 성형 등의 후천적인 관리도 비결이겠지만, 그에 앞서 서양인의 피부는 대체로 동양인보다 얇아서 주름이 생기기 쉬운 편이라는 이유도 있다. 거기에 하얀 피부를 선호하는 한국 여성들과 달리,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서양인들이기에 자외선 노출 시간이 훨씬  길다는 점도 노화 속도에 차이를 준다고 본다.


그러다 어디서 재미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어떤 사람의 주장에 의하면, 모든 나이대의 동양인들이 다 젊어 보이는 게 아니고, 유독 30~40대의 여성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인데, 이는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이었다.


일러스트 by Edison Lee


위 일러스트에서처럼 동양인은 3,40대까지 쭉 어려 보이다가 갱년기를 거치며 급노화 한다는 것인데, 좀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는 해도, 그 표현 방식이 재밌고, 한편으론 왜 이곳 사람들이 동양인의 나이를 말도 안 되게 짐작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나도 앞으로 얼마나 더 어려 보인단 얘기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얼마 안 남았을 지도... ㅎㅎ





사진출처: 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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