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로 우리 집.ㅎㅎ
중화요리와 튀긴 음식을 좋아해 중국집 혹은 돈가스를 파는 한국 음식점을 종종 찾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한 달에 두어 번씩 가던 음식점에서는 탕수육과 돈가스를 번갈아가며 시켜 먹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올해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더불어 음식점도 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외식비가 예산을 초과하는 일이 많아졌다.
원래 17불쯤 하던 돈가스는 20불로 가격이 올랐고, 탕수육 역시 25-30불로 올랐는데, 캐나다는 음식값에 택스가 붙고, 그에 또 팁까지 추가가 되니, 몇 불의 가격이 오르는 게 그 이상의 지출로 이어졌다.
어느 날 남편은 외식비를 줄여 보겠다며, 탕수육을 직접 해보겠다고 했다.
튀긴 음식은 1) 할 때는 기름이 튀어서 문제, 2) 하고 나서는 기름 처치가 문제라, 울 엄마도 웬만해선 잘 안 해주시던 음식인데, 그걸 직접 하겠다니 나는 웬만하면 말리고 싶었다. 에어프라이어도 없으니, 그냥 깔끔하게 사 먹으면 좋겠는데, 남편은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라 본인 주말 일정에 '탕수육 하기'를 넣었다.
일단 마트에 가서 필요한 재료 및 조리도구를 몇 개 사 오고, 유튜브를 보며 레시피를 익혔다. 토요일은 보통 늦잠을 자는데, 남편은 아침 7시도 안 돼서 깼다고 했다. 탕수육 만들기 챌린지를 앞두고 설렜다나 뭐라나.
캐나다는 일반적으로 환풍 시설이 한국만큼 좋지 않고 그에 비해 화재경보 알람 센서는 어찌나 예민한지 집 안에서는 삼겹살도 못 구워 먹던 터라 무려 튀기는 음식을 집에서 할 순 없었다.
대신 발코니에 버너를 준비해 놓고, 밑간을 한 고기를 넣고 튀기는데... 오오~ 점점 그럴싸한 모양과 색깔이 나왔다.
해가 쨍쨍한 날 땀을 뻘-뻘 흘리며 고기를 튀기는 그를 위해, 나는 옆에서 물개 박수와 폭풍 리액션을 날렸고, 남편은 연신 땀을 닦으면서도 (꽤나 뿌듯한지) 내내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탕수육.
첫끼는 찍먹으로 먹었는데, 플레이팅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남편의 쿨함 덕분에 차마 그 사진은 올릴 수가 없지만, 기대보다 훨씬 맛있는 맛이었다. 특히 소스가 진짜 중국집에서 먹던 그 비슷한 맛이 났다!
그리고 저녁때는 남은 고기와 소스를 팬에 넣고 볶아 좀 찐득찐득한 꿔바로우 스타일로 만들어줬는데, 이게 진짜 별미였다.
남편은 이 많은 양의 탕수육을 하는데, 재료값을 이것저것 다 합쳐도 13불 정도밖에 들지 않았다며 굉장히 뿌듯해했다. 그런데... 잠깐, 네 인건비는 안 넣니?
재료 준비하고 소스 만들고 고기 튀기는 동안 몇 시간 고생한 값도 다 계산에 넣어야 한다고 했더니 남편 왈, 즐기면서 했으니 그건 괜찮단다.
오잉? 이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이후로 처음 들어보는 신박한 개소리인데? (죄송합니다, 더 맞는 표현이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네요)
내 직업윤리를 바탕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하나 잠깐 고민했는데, 그 얘기를 하는 그의 표정이 너무 해맑아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ㅎㅎ
남편 말대로 신나게 즐기면서 했으니 인건비는 공짜, 맛있게 먹었으니 칼로리는 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