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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un 21. 2022

재택근무 2년만에 오피스로 출근합니다

넘나 귀찮은 것


2020년 3월 초, 내가 사는 이곳에도 코비드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50% 정도의 직원에게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오피스에 출근하는 사람한테는 좀 더 공간을 주면서, 혹시 누구 한 명이 걸렸다고 전 직원이 격리해야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함이었다. 나는 재택근무를 자원했고, 그 후 채 2주일이 지나지 않아 캐나다에도 팬데믹이 공표되면서,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팬데믹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잠시만' 이라던 재택근무는 그 후 2년여간 지속되었다.


같은 업계에 있는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중 몇몇 회사는 작년 가을쯤부터 다시 직원들을 오피스로 부르기도 했지만, 우리 회사는 방침을 바꾸지 않았고, 재택근무를 원하는 직원은 계속해서 집에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 나는 이직을 했고, 면접도 모두 화상통화로 이루어졌다.


입사하고 처음 2주간은 사람들 얼굴도 익힐 겸, 업무 인수인계도 받을 겸 오피스로 나갔지만, 이미 모두가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터라, 2주의 트레이닝 후 다시 재택근무로 돌아갔다.


지난 2년간 내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 나의 '홈 오피스'


그리고... 입사 당시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중이던 회사 메인 오피스의 공사가 얼마 전 마무리되었다.


전 자리에 스탠딩 데스크를 설치해 모든 직원이 앉거나 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개인 책상에 가림막을 설치해서 프라이버시도 조금은 지켜주는 노력을 했다. 지정된 '내 자리'가 없는 대신, 오피스를 부서별로 분할해, 내 부서에 해당하는 자리는 미리 예약만 하면 어느 곳이든 앉을 수 있게 했다.


공사가 마무리된 6월 초, 매니저는 팀 전체에 “앞으로 일주일에 하루 출근을 권유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매주 수요일 다 같이 오피스에서 얼굴을 봤으면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강요는 아니고 권유라고는 하지만, 지난 수요일, 감기 기운이 있는 한 동료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오피스로 출근했다. 화상회의를 통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얼굴을 보던 사이지만, 막상 또 나름 오피스룩으로 차려 입고 만나니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새로 싹- 레노베이션된 오피스, 원하면 서서 일할 수 있는 스탠딩 데스크, 새 모니터, 새 라운지, 새 화장실, 스크린이 아닌 직접 얼굴 보고 대화할 수 있는 동료들, 다 좋은데...


그래도 귀찮더라.


집에서 일할 땐...

출근 시간 30분 전에 일어나, 고양이 세수하고 티셔츠로 대충 갈아입고 여유롭게 모닝커피 한 잔 내려서 회사 시스템으로 로그인하면 그만이었는데, 오랜만에 오피스로 나가려니 챙길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랩탑에 메모장에 이어폰까지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야무지게 챙겨 넣고, 서랍 깊숙이 넣어뒀던 사원증과 점심 도시락까지 전날 밤 점검하고, 당일은 평소보다 1시간 이상 일찍 일어났다. (내 동료 한 명은 출근날 아침 사원증을 찾다가 1시간 지각했다. ㅎㅎ)


오-랜만에 화장도 좀 하고 오피스룩으로 갈아입고, 주얼리 박스 안에서 한동안 빛을 못 보던 귀걸이와 결혼반지도 오랜만에 나와 함께 외출에 나섰다.


오랜만에 나가는 거라 더 그랬다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은 첫 출근날이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전 직원에게 원격근무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는 이메일을 보내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는데...


일론 머스크가 전 직원한테 보냈다고 하는 이메일 - "최소 주40시간 이상 오피스에서 일하지 않을 거면 회사를 그만두라"는 강력한 메시지


일주일에 고작 한번 나오라는 거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하면서도... 한편으론 집에서 일해도 똑같은데, 굳이 나가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고.ㅎㅎ


그래도 어쩌겠나, 군말 없이 나가야지.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일주일에 세 번, 스멀스멀 늘리지만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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