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감사인사 전하는 법
내가 CPA 시험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바로 커피숍이었다.
원래는 스타벅스, Serious Coffee, 로컬 커피숍 등 몇 군데를 돌아가며 방문했는데, 시험을 몇 달 앞둔 시점 내가 살던 곳 앞에 작은 쇼핑몰이 생기면서, 스타벅스가 하나 새로 들어왔다.
새로 지어진 곳이니 깔끔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늘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시험 두 달 전 회사에서 '공부 휴가'를 받아 막판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서, 집 앞 스타벅스는 내 전용 공부방이 되었다. 자리도 거의 늘 같은 곳에 앉았다.
아침에 가서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공부하다가, 점심시간에는 휴식도 취할 겸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같은 장소에서 공부했다. 저녁을 먹고 또 가는 날도 많았다.
그렇게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스타벅스로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쯤 되면 민폐 사례로 종종 등장하는 "카공족"에 대한 얘기를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겠다.
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
카공족 논란 이유
- 음료수 하나 시키고 장시간 카페 이용
- 랩탑, 휴대폰 충전 등 전기와 와이파이 장시간 사용
- 혼자 와서 여러 명 앉는 테이블 차지
- 다른 손님에게 조용히 해 줄 것 요구
사실, 최소 개인 음료 하나는 시킨다는 전제하에, 몇 시간 카페 이용하는 자체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남한테 피해만 안 준다면 그 시간에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책을 보든 본인의 자유일 텐데, 그럼에도 이 문제가 계속 논란거리가 됐던 이유는 아마도, 상식 밖의 일들이 가끔씩 일어나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카페 오너들도 그에 맞서 여러 방침을 내놓기도 했다.
다행히 캐나다는 최소 그런 논란에서는 자유로웠다.
이곳에는 기본적으로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이 없고, 커피숍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일하거나 공부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그걸 이상하게 보거나 민폐라고 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나 역시 직원들이 눈치라도 주는 분위기였다면 그렇게 매일 같이 찾아가지는 못했을 텐데, 오히려 자주 방문하다 보니 서로 이름도 아는 사이가 되었고, 내가 시험공부를 한다는 걸 다들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되었다.
가끔은 신메뉴가 나왔다고 샘플을 제공했는데, 직원들은 늘 내 테이블 쪽으로 제일 먼저 와서 시식을 권했고, 미안해서 괜찮다고 거절이라도 하는 날은 샘플이 남았다며 다시 찾아와 두 번씩 물어봐 주기도 했다.
어떤 날은 손님이 없고 한가할 때 바닥 청소를 하기도 했는데, 내가 집중해서 공부하고 있을 땐 나한테 방해라도 될까 내 근처 자리에는 일부러 오지 않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아ㅠㅠ 진짜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렇게 나는 여러 사람의 배려 덕분에 시험 직전까지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9월 중순 사흘에 걸친 시험을 치고, 감사 인사를 제일 먼저 전하고 싶은 곳도 바로 그곳 직원들이었다.
어떤 방법이 좋을까 고민했는데, 작은 성의 표시로 그간의 팁을 한꺼번에 계산해서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스타벅스에서는 늘 스타벅스 전용 앱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그동안 한 번도 팁을 준 적이 없었다.)
내가 매일 스타벅스에서 쓴 돈은 하루 평균 15불 정도, 대략 하루 2불 정도의 팁이면 적당할 것 같았다. 한 달에 25일 정도씩 두 달을 갔으니, 계산된 두 달치 팁은 총 100불이었다.
나는 예쁜 카드를 골라 안에 진심 어린 감사 메시지를 적고, 제일 깨끗하고 빳빳한 100불짜리 지폐 한 장을 골라, 그 안에 돈을 넣었다.
그리고 어느 날 퇴근 후 그들을 찾아갔고, 나는 감사 인사와 함께 준비한 카드를 건네주었다.
그다음 날 직원 중 한 명이 내가 준 카드와 100불의 팁 사진을 찍어 스타벅스 직원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고, 그 포스팅이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는 걸, 지점 매니저를 통해 나중에 전해 들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한테 고마운 관계를 또 하나 만들었다.
사진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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