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그게 뭣이 중헌디!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유퀴즈에 이화여대 남성 교수 중창단 교수님들이 나왔다.
1997년에 처음 결성된 이 남성 교수 중창단이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2013년 입학식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댄스곡 <이대스타일> 때문이었다. 그 전에는 <Oh Happy Day> 같은 다소 평범한 노래를 하셨다고.
당시 굉장한 인기였던 <강남스타일>을 개사해 노래를 부르고 안무까지 곁들인 이 무대는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 뒤로도 계속 색다른 무대를 선보인 이 교수 중창단은 결국...
"이대의 EXO이자 BTS"라는 닉네임까지 얻는다.
유퀴즈에 잠깐 나온 영상으로만 봐도 얼마나 신나는 무대였을지 짐작이 될 정도였다.
이 무대에서의 킬포는 역시
- 2% 부족한 가창력
- 옆사람과 거의 안 맞는 안무
- 제각기 다른 엔딩 포즈와 타이밍
등이었는데, 이 뭔가 "완벽하지 않은 조합이 오히려 더 감동"스러웠던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영상에 올라온 댓글을 쭉 훑어보니 감동받았다, 행복했다, 멋있다 등 하나같이 훈훈한 메시지로 가득했다.
유퀴즈에서는 에스파의 <넥스트레벨>이라는 노래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여 주셨는데, 영상을 보는 내내 위의 유재석, 조세호 님처럼 나도 계속 웃음이 났다.
'칼군무는 저리 가라, 따로따로 각개전투 안무 스타일'은 그야말로 매력만점이었다.
왜 그럴 때 있지 않은가. 정말 근사하게 노래를 부르는 오페라 가수도 물론 멋있지만, 가창력은 조금 부족해도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한 음, 한 음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볼 때의 그 찐한 감동...
그래도 넥스트레벨의 시그니쳐 포즈인 저 '디귿춤'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여러 번 팔을 요래조래 꺾어가며 연습하셨을지... 생각하니 미소가 나왔다.
특히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 전한 한 교수님의 진심 어린 메시지는 입시와는 이미 많이 멀어진 삶을 사는 나에게도 감동 그 자체로 다가왔다.
내가 좀 망가지더라도, 우리 아이들(학생들)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환영해주고 싶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교수가 아니라 어떤 높은 지위에 있는 그 누구라도 꼭 항상 엄하고 진지한 모습만 보여야 존중받는 건 아닌
것 같다.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
체통을 지켜라
그러다 우습게 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가 진짜 존경하는 교수님은 바로 이런 분들이 아닐까 싶다.
교수님들!
앞으로도 이대의 아이돌로 계속 활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