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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Oct 27. 2022

너무 친절한 승무원이 불편했던 이유

당신을 응원합니다


한국에 방문할 때는 주로 에어캐나다를 이용했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에어캐나다 항공권이 대한항공에 비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재외국민들이 대거 한국 방문을 계획한 탓인지, 내가 항공권 가격을 문의했을  에어캐나다의 저렴한 항공권이 이미  팔린 후였고,  이유로 오랜만에 대한항공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 승무원은 친절하기로 워낙 유명한 데다가, 그 유니폼은 또 어찌나 예쁜지, 공항에서 승무원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설렜다.



출국 당일, 비행기에 탑승하니 위아래로 하늘색 혹은 흰색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분들이 친절한 모습으로 인사하며 반겨주었다. 내 자리에는 담요와 헤드폰, 물 한병, 그리고 슬리퍼까지 세팅이 완료되어 있었다.


'아, 역시 대한항공!'을 속으로 외치며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았다.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 기내식 서비스가 있었다.


"고객님, 저희 오늘 점심 메뉴는 3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식 비빔밥, 양식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생선요리가 있습니다.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만 대략 이런 멘트와 함께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나는 비교적  쪽에 앉아 있었음에도,  차례가  때까지 같은 멘트를 최소한 스무  이상은 들은  같았다.


서비스하는 승무원에 시선을 고정하고 다른 항공사는 어땠나 가만히 떠올려 봤는데, 일행인 경우에는 같이 물어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멘트는 최대한 간략하게 "Would you like beef or chicken?" 정도로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들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가족 단위로 함께 있는 경우에도 무조건 승객  ,  명에게 따로 질문하라고 매뉴얼에 쓰여 있기라도  것처럼, 모두에게 처음 서비스하듯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우리한테 만큼은 같은 멘트를 안 하셔도 되게끔 해드리고 싶어 남편한테도 먼저 메뉴를 설명해 주고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 옆에 카트를 세운 승무원이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는 비빔밥 주세요!"하고 외쳤다.


궁금했다. 그 승무원은 그날 하루에만 같은 멘트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웃는 얼굴과 밝은 목소리를 기본으로 장착한 것은 물론,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이 덜 수월하다고 느껴서인지 몇 분의 승무원은 허리와 무릎을 굽혀 승객과 눈높이까지 맞추는 수고를 더했다.



보기엔 너무 예쁜 그 유니폼도 사실 일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불편한 옷이란 얘기를 예전부터 들었었다.


한때 승무원의 꿈을 가졌던 나는, 불편하거나 말거나 그 유니폼을 입게 되는 날을 마냥 꿈꿨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내 나이 삼십 대 후반, 대부분의 승무원이 한참 동생뻘일 나이가 되고 보니, 열심히 일하는 그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도 보였다.


다들 너무 마르고, 팔목은 또 어찌나 가는지.


기내식 서비스하느라 그 좁은 통로를 능숙하게 뛰어다니고, 이리저리 삐져나온 셔츠를 틈나는 대로 도로 집어넣어 가며 일하는 모습이, 예쁜 헤어핀과 스카프를 하고, 손을 가지런히 모아 서 있던 그 우아한 첫인상과 계속 대조되어 보였다.




대한항공이 무려 3년 만에 객실 승무원을 채용한다고 한다.


승무원의 꿈을 접고도 한동안은 매번 채용 소식이 뜰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는데, 이젠 정말 딴 세상 얘기가 된 건지, 3년 동안 채용이 없었다는 것도 몰랐다.


100명 남짓 뽑는다는 데 또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몰릴까? 또 그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마지막' 이라며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지원서를 낼까?


3년 만에 뽑는다면서 100명... '휴우, 너무 적다, 너무 적어.'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렸는데, 댓글을 보는 순간 또 마음이 아팠다.


이유 없이 승무원을 비하하는 댓글들이 가득했다.


“뭐 대단한 척하는데 사실은 그냥 ‘하늘의 시다바리’ 아니냐”는 얘기는 예전에 내가 승무원 준비를 할 때부터 있었던 얘기. 그때 그 얘기를 듣고는 너무나 속이 상해서 혹시나 또 그런 말을 들을까 겁이나 내가 승무원 준비 중이란 걸 주변에 알리지 못했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더라.



항공승무원, 늘 여러 논란과 악플의 주요 타깃이 되는 직업이지만, 무엇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채용을 준비하고 있을 지원자들, 그리고 정말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고 계실 여러 승무원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상처받지 말고 모두 힘내세요.




사진 출처: korean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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