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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방문할 때는 주로 에어캐나다를 이용했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에어캐나다 항공권이 대한항공에 비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코로나가 잠잠해지며 재외국민들이 대거 한국 방문을 계획한 탓인지, 내가 항공권 가격을 문의했을 땐 에어캐나다의 저렴한 항공권이 이미 다 팔린 후였고, 그 이유로 오랜만에 대한항공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 승무원은 친절하기로 워낙 유명한 데다가, 그 유니폼은 또 어찌나 예쁜지, 공항에서 승무원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 모습을 실컷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설렜다.
출국 당일, 비행기에 탑승하니 위아래로 하늘색 혹은 흰색의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분들이 친절한 모습으로 인사하며 반겨주었다. 내 자리에는 담요와 헤드폰, 물 한병, 그리고 슬리퍼까지 세팅이 완료되어 있었다.
'아, 역시 대한항공!'을 속으로 외치며 기분 좋게 자리에 앉았다.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 기내식 서비스가 있었다.
"고객님, 저희 오늘 점심 메뉴는 3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식 비빔밥, 양식 토마토 파스타, 그리고 생선요리가 있습니다. 어떤 걸로 드시겠습니까?"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략 이런 멘트와 함께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나는 비교적 앞 쪽에 앉아 있었음에도,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같은 멘트를 최소한 스무 번 이상은 들은 것 같았다.
서비스하는 승무원에 시선을 고정하고 다른 항공사는 어땠나 가만히 떠올려 봤는데, 일행인 경우에는 같이 물어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멘트는 최대한 간략하게 "Would you like beef or chicken?" 정도로 했던 것 같은 기억이 들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가족 단위로 함께 있는 경우에도 무조건 승객 한 명, 한 명에게 따로 질문하라고 매뉴얼에 쓰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모두에게 처음 서비스하듯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우리한테 만큼은 같은 멘트를 안 하셔도 되게끔 해드리고 싶어 남편한테도 먼저 메뉴를 설명해 주고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 옆에 카트를 세운 승무원이랑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저는 비빔밥 주세요!"하고 외쳤다.
궁금했다. 그 승무원은 그날 하루에만 같은 멘트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웃는 얼굴과 밝은 목소리를 기본으로 장착한 것은 물론,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이 덜 수월하다고 느껴서인지 몇 분의 승무원은 허리와 무릎을 굽혀 승객과 눈높이까지 맞추는 수고를 더했다.
보기엔 너무 예쁜 그 유니폼도 사실 일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불편한 옷이란 얘기를 예전부터 들었었다.
한때 승무원의 꿈을 가졌던 나는, 불편하거나 말거나 그 유니폼을 입게 되는 날을 마냥 꿈꿨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내 나이 삼십 대 후반, 대부분의 승무원이 한참 동생뻘일 나이가 되고 보니, 열심히 일하는 그 모습이 조금은 안쓰럽게도 보였다.
다들 너무 마르고, 팔목은 또 어찌나 가는지.
기내식 서비스하느라 그 좁은 통로를 능숙하게 뛰어다니고, 이리저리 삐져나온 셔츠를 틈나는 대로 도로 집어넣어 가며 일하는 모습이, 예쁜 헤어핀과 스카프를 하고, 손을 가지런히 모아 서 있던 그 우아한 첫인상과 계속 대조되어 보였다.
대한항공이 무려 3년 만에 객실 승무원을 채용한다고 한다.
승무원의 꿈을 접고도 한동안은 매번 채용 소식이 뜰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는데, 이젠 정말 딴 세상 얘기가 된 건지, 3년 동안 채용이 없었다는 것도 몰랐다.
100명 남짓 뽑는다는 데 또 얼마나 많은 지원자가 몰릴까? 또 그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번이 마지막' 이라며 누구보다 절실한 마음으로 지원서를 낼까?
3년 만에 뽑는다면서 100명... '휴우, 너무 적다, 너무 적어.' 생각하며 스크롤을 내렸는데, 댓글을 보는 순간 또 마음이 아팠다.
이유 없이 승무원을 비하하는 댓글들이 가득했다.
“뭐 대단한 척하는데 사실은 그냥 ‘하늘의 시다바리’ 아니냐”는 얘기는 예전에 내가 승무원 준비를 할 때부터 있었던 얘기. 그때 그 얘기를 듣고는 너무나 속이 상해서 혹시나 또 그런 말을 들을까 겁이나 내가 승무원 준비 중이란 걸 주변에 알리지 못했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더라.
항공승무원, 늘 여러 논란과 악플의 주요 타깃이 되는 직업이지만, 무엇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채용을 준비하고 있을 지원자들, 그리고 정말 프로페셔널한 모습으로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고 계실 여러 승무원분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부디 상처받지 말고 모두 힘내세요.❤
사진 출처: koreanai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