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어떻게 생긴 건데요?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던 시절, 회사 사람들과 괌으로 인센티브 여행을 갔을 때였다.
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면세품 쇼핑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국 시간을 넉넉히 남기고 공항에 도착했다.
나는 딱히 필요한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없어 그냥 여기저기 구경하며 멀뚱멀뚱 돌아다니고 있는데, 이미 손에 쇼핑백을 두어 개 든 한 남자 선배가 내 빈 손을 보더니 물었다.
“넌 아무것도 안 사?”
“네, 딱히 사고 싶은 게 없어서요.”
그러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까딱하더니 말했다.
의외네, 명품 X나 좋아하게 생겼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게 명품을, 그것도 X나 좋아하게 생겼다는 걸까? 사실 이 선배의 거친 언행은 진작부터 알고 있던 터라, 욕과 비속어에 굉장한 거부감이 있는 나도 그 말 자체에 대단한 반감이 들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보는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옷차림이나 화장이 세거나 화려한 타입은 아니었으므로 그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고, 있지도 않은 명품 걸치고 다닌 적은 당연히 없었으므로 그것 때문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 의미는 내가 옷을 잘 입거나 세련돼 보인다는 ‘좋은’ 뜻이었을 수도 있고, 월급 받으면 쇼핑에 흥청망청 돈을 쓸 것 같이 보인다는 ‘나쁜’ 뜻이었을 수도 있지만, 굳이 따져 묻지 않았다.
나는 소위 ‘명품’이라고 하는 것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옷이나 구두, 액세서리나 시계는 물론, 다들 하나씩은 갖고 있다는 좋은 가방 하나가 없다.
명품에는 원래 관심이 없었지만, 한국에서 쭉 살았다면 그래도 한 두 개쯤은 마련해뒀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식이나 동창 모임 등 조금은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자리에 들고 갈만한 가방 하나쯤은 있어야 했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패셔너블함과는 거리가 아주 많-이 먼 이곳, 캐나다의 한 소도시에 살다 보니 그것조차 필요가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명품 자체에 어떠한 반감이 있는 건 아니다. 기호에 따라 좋은 가방 한 두 개쯤 살 수도 있고, 사실 여유가 있다면 가방이든 신발이든 몇 개쯤 장만해두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다만 보이는 것에만 너무 치중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두르는 일부 소비층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뿐.
'자신을 위한 소비에 돈을 아끼지 않는 소비 트렌드'라는 뜻으로 '미코노미 (Me + Economy)'라는 신조어도 나올 만큼, 요새는 ‘나에게 주는 선물’에 점점 후해지고 있다고 한다. 어떤 기사에서는 이 역시 MZ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이라 했지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좀 비싸더라도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찾아 먹고, 일 년에 한두 번씩은 호캉스를 즐기고, 본인만을 위한 취미활동을 즐기는 이 모든 것이 ‘미코노미’의 한 형태라면 그건 단순히 MZ세대의 특성이 아닌, 요즘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 아닐까?
일반적으로는 소비할 때보다 저축할 때 더 큰 즐거움을 얻는 나 역시 가끔은 호캉스를 가고 취미로는 발레를 하고 있다.
특히 발레는 레슨비는 물론 여러 발레용품에도 적지 않은 돈을 계속 지출하고 있는데, 이렇게 나가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걸 보면 이게 바로 나에겐 ‘즐거움을 주는 소비’가 아닌가 싶다.
명품 쇼핑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근사한 식당에서 오마카세를 즐기고, 휴식이 필요할 땐 호캉스도 한 번씩 가주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되는 취미도 하나씩 갖고 있는 삶... 누구든 자기 취향에 맞게 미코노미를 즐기며 살면 되지 않을까?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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