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Max 그 어디쯤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유행하면서 많은 사람이 소비와 소유를 줄이고 간결하게 사는 삶을 실천 중이라길래,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나 생각해 봤다.
맥시멀리스트는 아닙니다만...
나는 맥시멀리스트는 아니다. 20대 때부터 쇼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옷, 가방, 구두 등에 크게 관심이 없다. 명품에는 아예 관심이 없어서, 내가 가진 아이템 중 가장 '명품'에 속하는 가방은 10년쯤 전에 산 '코치' 가방이다. 구찌 아니고 코치.
사람마다 소비 취향과 그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다 다른데, 나는 비싼 가방, 비싼 음식에 쓰는 돈은 좀 아까워하는 편이지만, 선물을 하거나 여행을 가는 데 쓰는 비용에는 비교적 후한 편이다.
남편은 정리정돈 전문가다. 잘 보이는 곳이든, 자주 안 들여다보게 되는 창고든, 항상 열과 각을 맞춰 정리해 놓는다. 파일 등은 일단 큰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색깔별 바인더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았다.
하루는 내가 갑자기 작년 세금 신고 내역이 필요해서 남편한테 카톡을 보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찾아달란 얘기였는데, 남편한테 바로 답이 왔다.
"옷장 안에 빨강 컨테이너 있지? 그 안에 '다크 블루' 바인더 중간쯤에 있어."
그리고 진짜 그 안에 내가 찾던 서류가 있었다.
대-박! 이걸 기억한다고??
또한 둘 밖에 없는 살림이라 비교적 간소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우리가 맥시멀리스트로 가지 않는 이유가 되겠다. 그릇이나 컵 등도 2개 혹은 4개씩 밖에 없지만, 그때그때 설거지를 하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그러면 우리는 미니멀리스트?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것도 아니다. 옷을 자주 사지 않는 대신, 오래전에 산 옷이라도 상태가 나쁘지 않고 내가 아끼는 옷이면 잘 버리질 못한다.
부엌에는 각종 소스, 캔, 라면, 과자 등 항상 넉넉하게 쟁여놓는 편이고, 한국에서 소포를 받거나, 한국에 한 번씩 다녀올 때면 각종 먹을거리는 물론 로션, 핸드크림, 마스크팩 등 재고가 넘치게 된다.
또한 여행을 다니면서 모은 각종 기념품과 내가 좋아하는 인형들이 진열장에 가득 있고, 남편이 기념일마다 하나씩 선물해준 스와로브스키 장식품도 제법 모았다. 작고 귀여운 것을 너무 좋아해, 아직도 길 가다가 눈에 띄는 아이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질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미니멀리스트가 되자고 하나하나 추억이 깃든 아이들을 처분하고 싶지 않았다.
보고도 설레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는데 나는 설레기는커녕 몇 년째 입지 않는 옷도 끼고 산다.
대신 날개 부러진 선풍기나 고장 난 시계 등은 과감하게 처분하고, 좋은 물건이라도 우리 취향에 맞지 않거나 몇 년을 두고 있어도 절대 쓰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은 아낌없이 나눠준다.
어설프게 미니멀리스트 따라 한다고 아끼는 것 버리고 후회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것 아껴 쓰면서 잘 정돈해 놓고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아도 언젠간 아쉬울 수 있고
지금은 설레지 않아도 이걸 살 때는 설렜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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