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창 독서에 재미를 붙여가던 즈음, 이 책을 접했다. 2018년에 출간된 이수희 작가님의 책으로, 아이 없이 살아가는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 점에 끌렸다.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세상의 무례함에 맞서는 아이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자녀 없이 살아가는 부부가 많다. 고심 끝에 아이 없는 삶을 택한 사람들, 난임으로 고생하다 아이를 포기한 사람들, 매일매일 삶에 충실하다가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런데 이들 모두, 특히 여성들은 ‘이기적인’ ‘철이 안 든’ ‘어딘가 좀 모자란’ ‘비정상’ 취급을 받고 있다. 정말 그럴까? - 책 소개글 중
이수희 작가는 몇 차례의 난임 시술 후 아이 없이 살기로 결심한 경우로, “아이가 없어도 정말 괜찮나요?”라는 질문에 '정말로 괜찮다고, 둘이서 담담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 책을 썼다고 했다.
― 그래도 하나는 낳아야 하지 않겠니?
― 지금은 괜찮아도 나이 들어 외로워질 거야
― 안 낳을 거면서 결혼은 왜 했어?
― 애도 안 낳고 인생 참 쉽게 사네요
작가님이 나열한 위의 여러 질문/오지랖에 덧붙여 꼭 한 번씩은 '애국'까지 들먹이며 기어이 한 소리를 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답이 없다. 그리고 그게 아직도 아이 없이 사는 많은 부부들이 겪는 현실이다.
책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고, 또 내 경우와는 다르게 아픈 시간을 견뎌내고 아이가 없이 살게 된 부부의 이야기는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당연한 얘기지만, 아이 없이 사는 분들 중에도 이렇게나 다양한 사연이 있구나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책에는 많은 부부의 얘기가 담겨 있었지만, 어떤 '결핍'으로 인해 부부만 살게 된 경우가 아닌, 진심으로, 처음부터 둘이 원해서 아이 없이 사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얘기가 담겨 있지 않았다.
배우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한쪽이 '맞춰' 살게 된 경우
경제적인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아이를 '포기'하게 된 경우
아이를 꼭 원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살다 보니 안 생겨서 그냥 둘이 행복하게 살자고 '받아들인' 경우
인공수정, 시험관 등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생겨서 어쩔 수 없이 '내려놓은' 경우
가 아닌, 부부가 모두 진심으로 '원하고' 그래서 처음부터 '선택한' 케이스는 없었을까?
그래서 작가님께 묻고 싶었다.
작가님은 이 책을 쓰기 위해 참 많은 부부와 인터뷰를 했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부부가 원해서 선택한 경우는 책의 흐름과 맞지 않아 넣지 않으신 건지, 아니면 그 많은 분들을 인터뷰하며 한 번도 그런 경우를 듣지 못하신 건지 궁금했다.
남편과 나는 연애 때부터 서로가 아이를 원하지 않음을 알았다. 어떤 결핍에 의해 아이를 포기한 게 아니라 ‘둘이 사는 삶’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한 일이었다.
혹시라도 "그러므로 내 선택이 더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란 걸 강조하고 싶다. 다만 어떤 가족 형태든 그 바탕에 여러 이유가 있기에 우리 같은 케이스도 하나의 예시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책에는 그런 케이스가 없어 그저 궁금했다.
작가님 연락처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 출판사에 연락을 해 봤지만 작가님 개인 연락처를 따로 알려줄 수는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출판사 쪽으로 이메일을 보내면, 작가님께 대신 전해줄 수 있는 지를 물었는데 그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이에 나는 몇 번을 고치고 고친 이메일을 출판사로 전송했다. 내 이메일이 작가님에 가 닿기를, 그리고 작가님과 책 바깥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고대하면서...
하지만 작가님께 답장은 받지 못했다.
작가님께 책을 읽은 소감을 전할 길도, 궁금한 내용을 물어볼 길도 없었지만, 그래도 작가님이, 그리고 아이 없이 사는 많은 부부들이 여전히 행복하게 살고 계셨으면 좋겠다.
‘임신이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라면 심사숙고 후 선택한 아이 없는 삶도 이해와 지지를 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 <엄마가 아니어도 괜찮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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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