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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Oct 30. 2022

내 멘티가 취업에 성공했다

코업부터 정직원까지


어느 날, 링크드인을 통해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성이 ‘Kim’인 걸로 보아 한국 사람인 것 같았는데, 본인을 회계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고 소개한 그는 간단한 소개글 후에,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어로 얘기해도 될까요?"라고 (영어로) 정중하게 물어왔다.


현직에 있는 사람과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괜찮을지, 가능하다면  미팅을 통해 여러 가지를  물어봐도 될지를 예의 있게 묻는 모습이 정겨웠다.


회계법인에서 일할 때 멘토링을 많이 해본 터라 이런 질문을 받아본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링크드인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그것도 한국인한테 이렇게 연락이 온 건 처음이었다.


한 주가 지나 우리는 줌을 통해 만났고, 30분 정도로 예상했던 첫 미팅은 무려 한 시간 가까이 지속되었다.


미팅 내내 수줍은 듯 연신 웃으면서도, 그 시간을 위해 미리 준비해 온 질문지를 확인해가며 하나하나 질문하는 모습이 그저 예뻤다.


아, 이게 선배가 되는 마음이구나.




첫 만남 이후로도 그 친구는 한 번씩 안부를 물어왔고, 내가 이직을 하는 등 축하할 일이 있을 땐 진심을 담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그러면서도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야무지게 물어왔다.


‘코업 기회가 있는데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회계법인 채용 과정은 어떻게 되며 최종 선발 후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같은 채용에 대한 내용부터, ‘(외국인으로서) 회계법인의 취업 가능성이나, CPA 도전 자체가 맞는 길인지’등의 적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눴다.



나를 꼬박꼬박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그 친구에게 커피라도 한잔 사주고 싶어 하루는 날을 잡아 스타벅스 데이트를 했고, 코업에 합격했다며 연락이 왔을 때는, 축하인사로 밥도 사줬다.


나는, 그 친구는 물론 어느 누구의 진로도 대신 결정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을 매번 진심으로 들어줬고, 내가 아는 선에서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전, 그 친구한테 한통의 이메일이 왔다.


선배님, 저 취직했어요!


코업으로 일했던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그곳에서 정식 직원으로 오퍼 레터를 받았다고 했다. 아직 졸업까지 시간이 남은 터라, 당분간은 학점을 채우는 데 집중하고 내년에 정식 입사라는 말에 그간 주고받았던 수많은 이메일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고민도 걱정도 많더니, 결국 해냈구나!


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어떤 누군가를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응원하거나 밀어주지는 않는다. 그건 차별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정정당당한 절차를 밟고) 무언가를 해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때는 두배, 세배로 기쁘다. 그건 차별이 아니다.


그건, 비슷한 길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영어가 모국어도 아닌 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똑같이 걸어 같은 성취를 얻어냈을 때 느낄 수 있는 그 감동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잘했다, 장하다, 그리고 수고했다.

조만간 또 한 번 만나자. 언니가 밥 사줄게.




덧: 제가 브런치에 올린 회계사 관련 글을 보고 연락 주신 분도 계셨어요. 잘 지내고 계신지 모르겠네요^^




사진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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