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꿈같은 이곳
14년 전 캐리어 2개 들고 인천공항을 떠나며,
"1년만 잠깐 다녀오겠다"던 캐나다에서 어쩌다 그렇게 눌러앉아 살게 되었냐 물으신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라는 제일 중요한 이유 외에도, 이 도시가 너무 좋아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얘기를 꼭 하고 싶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버스 기사님과 눈 마주치며 "Hi!", "Thank you!" 인사하는 문화가 좋았다.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기다려주고, 백발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레이디 퍼스트'가 몸에 배어 있는 모습이 따뜻해서 좋았다.
'I'm sorry'는 말이 생활에 배어 있어, 본인의 발이 밟혔을 때도 '미안하다'는 말부터 먼저 나오는 사람들의 친절함이 좋았다.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좋았고, 편식이 심해도 그런 내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뱃살이 좀 있는 사람이 딱 붙는 티셔츠를 입거나, 다리가 통통한 사람이 짧은 치마를 입었다고 누구 하나 수군거리는 사람 없고, 남이야 쌀쌀한 날에 반바지를 입든, 따스한 날에 어그부츠를 신든 다른 이의 선택에 쉽게 왈가왈부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이 좋았다.
회식 등은 반드시 사전에 공지하고, 그럼에도 불참 시 어떠한 부담도 가지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가 좋았다.
무엇보다, 마시지 못하는 술을 평생 입에 대지 않고 살아도 된다는 게 진짜 진짜 좋았다.
지난 주말, 남편과 집 근처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갔는데, 맞은편 차들이 도로 중간에 멈춰서 있는 게 보였다.
조금 더 가까이에 가서 보니...
아! 이래서 멈춰 있었구나^^
이렇게 거위들이 길을 건너는 동안 누구 하나 재촉하는 사람 없이 그저 흐뭇하게 천천히 기다려 주는 모습에 마음이 참 따뜻해졌던 날.
서울에는 없고
이곳에는 있던
바로 그것.
여유.
그 여유 있는 삶이 너무 부러워 바쁜 서울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것만이 정답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여유 있게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이 고마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캐나다 서쪽의 작은 섬도시, 빅토리아!
널 만난 걸 정말 감사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