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고생 - '캠핑'편
캠핑 시즌이 돌아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괜찮은 캠핑장이 하나 있어 여름철마다 그곳으로 가끔 캠핑을 다니고 있다. 다른 캠핑장도 몇 군데 가 봤는데, 결국 캠핑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자, 굳이 여기저기 다닐 필요 없겠다 싶어 몇 년 전부터 최애 캠핑장 한 군데로 정착했다.
두 달쯤 전 예약해 놓은 캠핑날, 오전근무까지 알차게 마치고 오후에는 반차를 냈다.
텐트, 매트, 침낭, 캠핑의자부터 버너와 쿠킹도구, 먹을거리, 마실거리를 종류별로 챙기고, 갈아입을 옷 몇 벌과 그 외 필요한 다른 도구들까지 차에 실으니 트렁크와 뒷좌석까지 꽉 찼다.
두 명이 '간단하게' 가는 캠핑인데 짐이 이렇게나 많을 일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짐을 싼 남편이 "다 필요한 물건"이라고 하니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빅토리아에서 섬 북쪽을 향해 3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Bamberton Campsite'.
우리가 이 'Bamberton 캠핑장'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울창한 나무들이 햇볕을 막아주고, 이 들이 어느 정도 칸막이 역할까지 해주는 덕에 이웃 캠퍼들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구조 때문이다.
게다가 BC 주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나름 관리도 잘 되어 있고 깨끗한 데다가, 캠핑장 직원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도는 덕분인지 이용객들도 대부분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이라 서로 얼굴을 붉힐 일도 없다.
이날은 25도 전후로 살짝 더운 듯한 날이었는데, 캠핑장에 들어가니 벌써 선선하니 공기가 달랐다.
우선 제일 먼저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세팅했다.
세팅을 모두 마치고 차를 타고 근처 타운에 있는 마트에 갔다. 저녁에 먹을 스테이크와 샐러드 등을 사고, 다음날 필요한 재료도 몇 가지 함께 구매했다.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온 시간은 4시 정도, 그런데 벌써 춥기 시작해서 바로 긴팔, 긴바지로 갈아입었다.
내가 그나마 도움이 되는 일은 여기까지고, 이제 저녁 준비부터 정리까지 나머지 일은 거의 남편몫이다.
그래봤자 사서 고생인 캠핑.
이곳의 캠핑장은 캠핑의 난이도를 상중하로 나눈다면 '중'쯤 되는 곳이 아닐까 싶은데,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화장실은 푸세식이고 샤워시설은 아예 없다.
그럼 샤워는 어떻게 하냐고?
응, 안 하면 돼.
우리도 2박 하는 동안 샤워 안 했다. 날이 선선하다 못해 추울 지경이라 땀이 나지는 않았지만, 땀이 났다 해도 샤워를 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
그냥 꿉꿉한 상태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다가 집에 가서 씻으면 된다.
그런 캠핑을 굳이 왜?
고작 30분 떨어진 거리에 멀쩡한 집 놔두고, 굳이 밖에 나와서, 화장실도 불편해, 샤워도 못해, 텐트도 좁아, 벌레도 많아, 밤에는 춥고, 바람 불면 더 추운 이곳에 와서 굳이 아무도 안 시킨 '고생'을 사서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바로 이 '불멍'이 아닐까.
캠프 파이어용 장작은 캠핑장 관리인이 1시간에 한 번씩 순찰돌 때 판다. 지나가던 트럭을 손 흔들어 세워 놓고 장작 한 바구니 사놓으니 마음이 풍요롭다.
불 피워놓고 그 앞에 캠핑의자 두 개 놓고 남편과 나란히 앉아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얘기도 하고, 그저 멍하니 '불멍'도 때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그렇게 2박 3일을 고생하고 보내고 집에 오니...
아, 역시 집이 좋구나!
그럼 다음 캠핑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