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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 Oct 05. 2023

좋되면 울리는 알람

생일휴가 3부작


이건, 추석 붙여서 13일 휴가 낸 사람의 이야기
근데 생일을 곁들인.


생일이 다가오기 한 달 전, 토하듯이 휴가를 신청했다.

작년 9월에도 기침하듯이 연차를 냈었는데

뭐지, 언제 또 9월이 된 거지? 엥 올해 브런치에 쓴글은 2개밖에 없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피곤해. 못 걷겠어. 출근하는 날은 무조건 택시. 퇴근까지 따블이요. 에어팟은 노이즈캔슬링 귀마개. 음악도 소음 같아. 삼시 두 끼 가스밸브 돌리는 대신 배달 어플 뺑뺑이. 입꼬리가 원래 이렇게 밑에 있었나. 미간은 울퉁불퉁. 마음 울적한 날엔 스마트폰 화면으로 회피. 운동 대신 더 잘래. 날 찾는 약속은 터덜터덜 가서 쳐내고, 책임져야 할 업무는 숙제처럼 미루고 미루다 꾸역꾸역 엉망진창 모양새만 갖춰서 던지는 날이 쌓이고 쌓여서 루틴이 되려는 찰나. 알람이 울렸다.

‘오! 이러다 인생 좋되겠군’


나는 좋되는 와중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팀은

한창 꽃길을 걷는 중이었다.


우리 팀이 만든 광고는 제안하는 족족 온에어 됐고

나갔다 하면 조회수 100만이 디폴트.

잡지에 인터뷰가 실리고 이번에 받은 트로피는 몇 번째였더라.

좋아했던 감독님이 연출한 콘티를 더 자주 만나게 됐고

좋아했던 모델과 한 광고에 출연하는 기회도 있었는데. (엄마가 좋아했다.)

근데 나는 왜 이런 걸까.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진 온실 속 잡초인 건가. 이러다 뽑혀버릴지도 몰라. 한없이 땅굴을 파고파다 작아져서 없어져버리.

 뭐가 없어져. 그냥 이런  모습을 기록하기로 .

아 몰라 일단 휴가 가요.


그런 팀원의 휴가에도 피쓰- 날려주시는. 그런 팀장님 팀에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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