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정글숲

택시기사님과 킬러들의 수다

by 정리

회사 동갑내기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술 마시고

강남에서 서울역 가는 택시 잡아 탔는데

이태원을 지나갈 무렵 기사님과 참사와 생사 얘기를 하다가, (그날 간발의 차로 태웠던, 얼굴에 분장한 젊은 승객과 급하게 KBS로 가달라던 기자 이야기) 한참을 또 정치 얘기에 목소리가 커졌다가, 도박 얘기를 하시기에,


“오 도박을 하셨어요? 보통 어디서 하나요?” 강원랜드부터 여기저기 얘기 하다가, “필리핀이 도박 선진국이에요” 그런 걸로도 선진국이랄 수 있을까요. 근데 그 나라 좀 위험하지 않냐는 얘기 하다가, 그건 모르는 소리라며 언론도 참 문제라고 혀를 차다가. 사람들이 모르는 얘기들을 안다며, 기사님이 92년~96년도 사업하던 시절 필리핀에서 방문했던 숨겨진 부자 동네 얘기하다가, 코로나 전까지도 자주 갔었다며,

“거기 누가 사는 줄 알아요? 우리나라에서도 시끄럽고 뒤가 구린 돈 많은 놈들 있죠. 조용해서 보면 쿼터비자로 신분세탁하고 살아요.” 얘기 하다가, 킬러 얘기를 꺼냈다.

“거기는 킬러도 직업이니까. 그들은 아무나 안 죽여요. 철저히 목적대로 움직여요.” “돈만 주면요?” “돈만 있으면.” 하기에, “아는 킬러 있으세요? 한 다리 건너서라도 겪어보셨는지 물으니, 잠시 말이 없다가 신호 받아 우회전을 한다.

“막말로 누구를 죽이고 싶다? 보세요. 만약 내가 일본으로 비행기 타고 갔어. 거기서 밀항을 해서 한국으로 들어와, 그런 다음에 지문 흔적만 남기지 말고 (핸들에서 손을 떼서 고무골무 같은 걸 열 손가락에 끼는 시늉을 하며) 죽이는 거지,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밀항을 해, 그다음에 다시 비행기 타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거지. 죽었잖아? 근데 난 일본에 있었잖아. 어떻게 알 거야?”

택시가 갑자기 급하게 유턴을 하더니 만리동 고개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우리 집은 한 블록 더 가서 유턴인데? 내비게이션을 보니 기사님은 안내받은 대로 따라갔을 뿐. 집을 한 바퀴 둘러서 뜻밖의 골목을 드라이브하며, 필리핀 경제 GDP와, 기득권의 역사 얘기를 하다가, 스페인 400년 미국 100년 지배를 받아 기득권 꼭대기는 다 외지인(스페인계 미국인)이라며 개혁을 적극적으로 할래도 이들 눈치 보느라 쉽지 않다기에,


“우리나라도 그런 세력 있는 거 같아요.” 하니, “그치, 나도 한국인이지만 김치 먹는 족속들이 참 싫어. 고춧가루 뿌려버리잖아요? 다 그 맛이 그 맛이 돼버려. 그래서 난 우스개로 김치도 백김치만 담가 먹어요.” 그러기에, 기사님 김치철학 재밌네요. 근데 킬러 얘기 짱인데요. 영화 같아요. 덕분에 재밌는 얘기 들었네요 안녕히 가세요.

인사를 남기고 내려서 핸드폰 보는 척하면서 편의점으로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안 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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