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성우 수업 가는 길에 만난 장면
지하철 안, 맞은편 문 근처 끝 좌석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할아버지 발치에 커다란 꽃바구니. 안에 봄꽃이 한가득이다.
축하 화환인가 보다.
분홍색 띠에 궁서체로 메시지가 적혀있는 걸 보니
다윤아 생일 축하해
경실이 할머니가
꽃을 보내는 할머니와 배달하는 할아버지라니
다윤이는 좋겠다.
할아버지는 바시락 바구니를 만지작 거리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바구니를 안아 든다.
한아름 꽃바구니를 안고 있는 모습이 꼭
대여섯 살 된 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다.
여자아이 태몽에 꽃바구니가 종종 나온다던데
다윤이 태몽이 이런 장면이었을까
꽃바구니를 안아 든 할아버지가 이번 역에 내린다.
닫힌 창문으로 두리번 출구를 찾는 뒷모습을 안 보일 때까지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