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칙한 꿈속을 헤매긴 하였어도, 다소 깊은 잠을 잔 듯싶습니다.
주일 미사를 병원 성당에서, 드렸습니다. 미사 중에도 내 마음은, 형의 부어오른 배에 가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의 수난 주일이어서, 축성된 성지를 들고, 병실까지 오는 길은 멀고 무거웠습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형의 배를 흘깃 쳐다보면서, 가져온 성지를 머리맡 꽃병에 꽂아두고, 슬며시 배를 만져보니, 어제보다는 가라앉아 있어,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다소 누그러집니다. 어제부터 가스가 빠지고, 아침 소변을 보고 난 뒤부터, 가라앉았다는 것입니다.
호스피스 병동 병상 일기, 끝내 하지 못한 말 13회부산한 날입니다. 형은 두 번 연이어 소변을 보다가, 힘이 없는 탓인지, 소변 통을 받치기도 전에 흠뻑 적시고 맙니다. 한쪽씩 엉덩이를 조심스레 들어, 옷을 벗기고 소변을 닦아냈습니다. 침대 시트를 걷어 낸 후, 메마른 피부에 크림을 바르고, 속옷을 갈아입혔습니다.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또 헛것이 보이는 모양입니다. 자꾸만 심해지는 형의 헛소리가, 당혹스럽습니다. 조금씩 숨이 가빠지던 형은, 우리가 너무 큰일을 저질렀다며, 빨리 뛰자고 하면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몹시 서두는 그는, 무언가 겁에 질려 있습니다.
팔다리를 주무르며 진정시키려 했지만, 형은 아이들을 부탁한다며, 죽음의 길로 나서는 사람 같아서, 나를 오싹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말이, 나를 나락으로 떨어트립니다. 형에게는 중학생 두 딸이 있습니다.
형의 두 딸은, 되도록 병원에 못 오게 합니다. 한창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이고, 아빠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 오래도록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염려 때문입니다. 늘 깔끔하고 반듯하였던 형도,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두 딸에게 보여주기 싫어할 것입니다.
호스피스 병동 병상 일기, 끝내 하지 못한 말 13회형은 또 누가 왔으니 여기서 빨리 나가라고, 내게 욕을 하더니, 극도로 불안해진 형은 급기야 일어나 앉았고, 왜 날 죽이려 하느냐며, 여기서 나가야 된다고, 침대에서 내려오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나는 터지려는 울음을, 꾹 참았습니다.
부은 다리를, 침대 보조대에 부딪치기도 합니다. 형을 부둥켜안은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뿌리치며, 놓지 않는다고 죽일 듯, 욕설도 합니다. 조금 성한 오른발을 바닥에 내려놓고는, 1시간 반 정도 몸부림을 칩니다. 뼈만 앙상한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올까요.
계속 쓰러질 듯하면서도, 침대 보조대를 꽉 움켜잡아, 누우려 하지도 않습니다. 형이 계속 버티는 와중에, 어머니가 그만 병실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어머니를 본 형은, 죽기 싫다며 외칩니다, 형의 마지막 모습이라 생각한 어머니는, 절망스러운 울음을 터트립니다.
얼마나 두려웠으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형이, 그처럼 필사적일까요. 아무리 진정시키려 애썼지만, 허사였습니다. 간호사를 불러 수면제를 주사하고, 30분쯤 지나서야, 겨우 형을 눕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하필 어머니가 오실 때, 그런 모습을 보여 참담합니다.
회오리바람이었습니다.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려는 형을, 나는 마음속으로 악을 쓰며, 하느님을 붙잡고 있었습니다. 두려움이나 슬픔을 느낄 틈도 없이, 형의 환상에 함께 시달린 후, 이마와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습니다. 긴장이 풀어지자 피로가 엄습해 옵니다.
호스피스 병동 병상 일기, 끝내 하지 못한 말 13회할 수만 있다면, 어머니를 비롯한 우리 가족의 고통은, 모두 내가 짊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형도 고통스럽지만, 형을 지켜보는 가족 또한 고통스럽습니다. 가난하게 살았어도 천성이 착하고 인정 많은 우리 가족에게, 왜 이런 형벌이 내리는 것일까요.
형의 뇌세포를 점령해버린, 악령의 씨앗들이, 공포의 환영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들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시달리다가, 형은 축 늘어진 채 잠들었습니다. 가끔 형은, 손을 들어 올릴 듯 말 듯하다가, 힘없이 그냥 내려놓습니다.
형이 잠든 틈을 이용해, 좌약을 넣어 배변을 하게 하였습니다. 꽉 찬 배변을 시키느라, 정신없이 오후를 보냅니다.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병실로 들어섰더니, 형은 디펜드가 채워진 채, 여전히 탈진한 상태로 누워있습니다.
좌약 때문인지, 내가 없는 사이에도, 형은 의식 없이 계속 배변을 한 모양입니다. 형수 혼자, 디펜드를 갈아주기 힘들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디펜드를 갈아 주려 할 때, 소변까지 해버려서, 침대 시트를 흥건히 적시고 말았습니다.
움직일 수 있다면, 아무 일도 아니겠지요. 하지만 형의 몸 구석구석에는, 몽우리가 불거져 있고, 퉁퉁 부은 왼 다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괴로워합니다. 내가 형을 움직여, 형이 아파할 때마다, 미안해서 어찌할 줄 모릅니다. 형의 육신은, 살얼음 같습니다.
엉덩이 곳곳을, 물수건으로 닦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침대 시트와, 디펜드를 채워 놓았는데, 한 번 넣었던 좌약의 효과는, 형수가 집에 들어간 후에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며칠 만에 보는 것이라, 냄새가 심해 작은 병실을, 가득 채웁니다.
배변은 새벽 2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형의 엉덩이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파우더를 발라서 새로 채워놓아도, 30분쯤 지나면 또 밀어냅니다. 병실 식구들이, 참 고맙습니다. 어느 누구도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혼자 낑낑대면, 다가와 도와주기 조차합니다.
호스피스 병동 병상 일기, 끝내 하지 못한 말 13회나는 형보다 냉정한 모양입니다. 어찌 되었든 견디고 있으니까요. 만일 내가 형처럼 아파 누워있으면, 형은 끼니는 고사하고, 숨조차 제대로 못 쉴 것입니다. 무슨 사달이 나도 났을 것입니다. 자신의 고통은 참아도, 동생이 그러는 것은 못 견딜 형이니까요.
무엇이든 좋은 게 있으면, 나를 먼저 생각한 형입니다. 하지만 난, 형에게 해준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부끄럽게도 나는 형의 희망이었는데, 아무것도 채워주지 못한 채, 이처럼 아프게 떠나보내는 중입니다. 형의 존재감을 세워주지 못한 회한이, 날마다 터질 듯 불어납니다.
배가 불룩했던 게, 모두 빠져나오는 모양입니다. 똑같은 행위가 반복되어도, 제 마음은 가벼웠습니다. 몇 시간 동안 진땀을 흘리긴 했어도, 호스를 끼거나 해서, 고통을 수반한 배변이 아니니, 다행스러운 것입니다.
좋아지면 얼마나 좋아졌겠습니까마는, 그럼에도 아침에는, 형의 혈색이 좋아보였습니다. 그토록 들끓던 담 소리가, 너무 작아졌습니다. 미세한 바람이 불어도, 내게는 태풍처럼 다가오는 것을 보면, 제 가슴이 통풍을 앓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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