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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어머니와 60대 아들 함께 살기 2

by 해드림 hd books

이동 침대로 어딘가를 향하다 잠시 멈춘 할아버지가 연방 신음을 토해낸다. 앙상하게 누운 고령의 할아버지가 아슬아슬해 보인다. 저 신음이 사선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해 상쾌하던 아침 기분에는 금세 성에가 끼었다.

낯선 할아버지의 신음이 채혈하는 주삿바늘처럼 가슴을 연신 따끔거리게 한다.

두 달마다 진료가 있어 찾아오는 여의도 성모병원, 오늘은 담당 의사의 첫 번째 진료로 예약이 되어 출근 전 집을 나섰다. 부유스름한 구름 사이사이로 푸른 조각 하늘이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는 듯 상쾌한 날씨가 문득 어릴 적 소풍 가던 날 아침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 신음이 91세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면서, 슬슬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소풍 날 아침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람의 신경은 몰핀보다 강한 것이었다. 아무리 몰핀을 투여해도 사람의 통점을 질식시킬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암환자가 겪는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몰핀은 마취와는 달랐다. 아무튼 사람의 신경세포는 숨이 끊겨야 반응을 멈추는 모양이었다.

극심한 통증을 견디며 뱉어내던 형의 신음을 수개월 동안 날마다 뼈를 깎이며 들었다. 형이 세상을 떠나며 내게 남긴 트라우마가 요즘 다시 발적을 하는 중이다.

잠을 자다가 어머니 방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면 벌떡 일어나곤 한다. 좌골신경통을 앓는 어머니에게는 밤이면 통증이 찾아온다. 어머니의 신음은 경기를 일으킬 만큼 내게 거칠게 달려든다.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어머니와 동거가 시작되자마자 혹독한 신고식처럼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중이다. 아무 대책도 방법도 없는 어머니의 신음을 호스피스 병실에서 형과 함께하던 시간처럼 무기력하게 들어야 하는 것이다.


어머니 여생을 곁에서 지켜드리게 해달라는 기도를 오랫동안 해왔다. 이미 기회는 주어져 있었지만, 나는 회사 사무실을 얼른 벗어나지 못한 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할 뿐이었다. 이젠 어머니의 신음 없는 여생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어쩌면 이 기도는 나를 위한 기도인지 모른다. 교통사고로 3개월 시한부 삶을 살다 떠난 누이나,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 형이 내뱉은 신음을 듣던 고통을 더는 겪게 하시지 말라는….

60대 아들과 함께하는 어머니의 여생이 어머니가 겪어보지 못한 평화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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