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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Jul 01. 2023

91세 어머니와 함께 살기…다리 밑에서 주어온 아들

6월에는 시골에서 어머니와 보낸 날이 20일이 넘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밤이면 신음을 토하다가 낮에는 소일거리도 하며 지내신다. 신경통 통증이 왜 밤이면 괴롭히는지 모를 일이다. 서울 올라가 대학병원을 찾아보자고 해도 가난한 아들이 걱정되시는지 한사코 손사래를 치며 밤마다 통증을 견딘다. 병원비 보다 당신의 신음이 아들을 훨씬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어머니를 떠나 왔으니, 한 열흘 동안은 어머니의 신음에서 벗어나겠지만 그만큼 염려가 민감해진다. 잠자리에 들려 하면 어머니의 신음이 들리는 듯하다. 당신의 통증을 다스려드릴 수는 없어도, 곁에 있으면 신음이 들릴 때 자다가 일어나 주물러 드리기라도 하련만, 새벽녘 통증이 심해 침대에 걸터앉아 고통스러워할 당신을 생각하니 서울로 올라와 편안히 누워 있는 내가 죄스러울 뿐이다.


하필 요즘 장마철이다. 며칠 전 그토록 천둥 번개가 난리를 치며 소나기를 퍼부어도 가는귀 어두운 어머니가 그 소릴 듣지 못한 채 누워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 이를 데 없었다. 시골집이라, 행여 집안 어디로 물이 스며들어 오는 곳은 없는지 살폈어도 소나기가 하도 퍼부어 괜한 염려가 생겨 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가 없을 때 천둥 번개와 소나기가 난리 칠 밤이 있을 텐데 ….


하필 이번 상경 즈음 어머니 입맛이 부쩍 떨어졌다. 매끼 아들이 차려준 밥상이 미안해서라도 몇 숟갈 뜨던 당신이 다시 혼자여서 식사를 건너뛰거나 대충 때우고 말 것이다.

사무실로 오자마자 쿠팡에서 게장이랑 콩국을 주문해 당신에게 보냈다. 어머니는 어떤 게장이든 게장을 좋아하는 편이다. 콩국은 입맛이 없을 때 식사 대용으로 드시라고 하였더니 또 지천이다. 냉장고에 먹거리 가득한데 뭐하러 쓸데없는 짓 하느냐는 것이다. 어머니는 늘 그런 식이다. 보낸 사람 마음 편하게 '그래 알았다 잘 먹으마' 하면 될 터인데 민망하게 꼭 트집조이다.


60 넘은 아들이 서툴게 만든 음식이라도 맛있게 드셔주면 좋으련만 어머니도 은근히 입맛이 까탈스럽다는 것을 요즘에야 알았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평생 가족을 위해 당신이 만든 음식에 익숙해져 있을 테니까. 한두 달 어머니와 지내다 말 일이 아니어서 자꾸 생각이 깊어진다. 정말로 요리학원을 좀 다녀야 하나 싶다. 어릴 적 아버지도 반찬을 가리셨던 거 같은데, 맵거나 짜거나 싱겁거나 아무거나 잘 먹는 나는, 심지어 아파도 끼니 거른 적 없는 나는 도대체 누굴 닮은 것일까. 어릴 적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소릴 종종 들었는데 60이 넘어 그런 생각을 떠올리다니 실소가 터진다. 어머니와 나는 성격도 다르다. 어머니는 90세가 넘어도 내가 팔을 잡거나 부축하는 걸 싫어할 만큼 살가운 데가 없으신 편이다. 무뚝뚝한 어머니와는 달리, 나는 스스로 생각할 때 항상 희생을 앞세우는 편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나의 정신적 에너지이다. 세상 살면서 내가 유일하게 1번으로 삼는 분, 핸드폰 전화번호 단축키도 1번인 분이다. 어머니에게 언제나 1번이었던 형이 살았다면, 나도 동생도 지금처럼 어머니를 챙기는 일은 드물었을 것이다.

다시 서울에서 열흘 이상 머물다 내려가야 한다.

외출하였다가 돌아오는 저녁 7시다. 시골에서 이때 쯤 내가 저녁을 준비해 드라마를 보며 저녁을 먹었는데 식사 준비나 하고 계시는지, 입맛 없다고 우두커니 TV 앞에나 앉아 계신 건 아닌지….

어머니를 생각하면 슬픈 정조로 가슴이 물드는 병을 나의 하느님은 언제쯤 치유해주실까. 애초 생각한 대로, 몇 년이 될지 모를 어머니 여생이지만 아들과 더불어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은총을 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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