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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드림 hd books Apr 22. 2019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님께, 교장 선생님의 오래 전 편지


존경하는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님께(1)      

 안녕하십니까. 여수화양고등학교 교장 윤문칠 입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누를 끼칠까 싶어서 이렇게 서면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입안을 맴도는 말, 사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지갑 속에서 꿈틀거리는 돈, 가고 싶은 곳이 있을 때 신발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발가락처럼 모든 것의 전 단계인 이런 주춤거림과 고민을 지나 이젠 대담한 도발을 시행하고자 이렇게 회장님께 간구하는 글을 올립니다. 

 오랜 경력의 건축가로서, 기업의 장으로서 여수는 물론이고 전 국가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신 회장님께서 그 누구보다도 제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고 관심을 보여 주시리라 기대하며 몇 자 올리겠습니다. 


 저는 2004년 9월 1일자로 본교에 발령을 받아 학생들의 학습 여건을 최적화시키기 위해 사랑의 대화를 통한 교육의 목표로 남을 의심하기 전에 나를 먼저 반성하고, 남을 비판하는 데는 조심하고 칭찬하는 데는 인색하지 아니하고, 모든 일들을 긍정적이며 건설적인 방법으로 인성교육에 무진 애를 쓰고 있습니다. 교육자는 모두의 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하면 본교가 발전할 수 있을지 쉬지 않고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본교는 현재 여수시 화양면 화동리 990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두 동의 본관과 한 동의 기숙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현재 15학급 400명의 학생과 40명의 교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 2005학년도 고입제도의 변화에 따라 본교의 입지와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공립 고등학교 중 농어촌 특별전형에 해당되는 학교로서 그 혜택이 더욱 확장될 전망이며 현재 시행된 고교 평준화에서 제외되어 내신을 위해 우수한 성적을 갖춘 학생들이 이번에 본교에 많이 지원하였습니다.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서는 내신이 위주가 되고 농어촌 혜택 비율이 3%에서 4%로 확장되어 본교의 전망은 더욱 밝아졌습니다. 많은 학생이 시내 평준화된 학교보다는 본교를 선택하는 징후가 뚜렷해지고 앞으로 많은 발전과 명문고로 위상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더불어 화양면 발전 정책에 따라 앞으로 10만 인구가 유입될 예정이며 2007년까지 4차선 도로가 완공된다고 합니다. 세 곳의 발전 전략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화양면입니다. 


 본교를 총괄하는 책임자로서 이런 변화에 맞물려 학생들이 최적의 조건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고심을 하였는데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기숙사 시설입니다. 제가 회장님께 이렇게 따로 글을 올리는 이유는 이것입니다. 

현재 본교에 한 동의 기숙사가 있는데 50여명의 남녀 학생을 수용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많이 낙후되어 있어 보수공사를 필요로 하며 더불어 늘어난 학생들을 더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기숙사 건립이 시급합니다. 특히 남녀구별이 필요한데 현재의 시설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이외 여러 장애들로 인한 일의 추진이 쉽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건축이 삶을 바꾼다고 합니다. 

 회장님! 본교 기숙사는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실하여 학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설이 낙후되고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여수화양고등학교 기숙사를 건립하는 것은 앞에도 말씀드렸지만 변화되는 시대, 목적, 장소, 문화적 맥락,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일이라 사료됩니다. 

 기업의 이익을 사회발전을 환원하시는 존경하는 회장님의 정신을 이곳 여수 화양고등학교에 심어 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정신이 후손들에게 길이 이어질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긍정적이고 진취적 변화는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한다고 했습니다. 교육의 질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한 축이 제반 복지시설들이라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 지니신 평생의 기업소신을 통해 후학 양성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시길 가슴 깊이 아룁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에서‘교육복지 종합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교육소외 교육부적응 및 불평등은 개인을 넘어 사회 통합적 기능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그 이유입니다.  

회장님께서 저의 말씀에 관심을 가져 주심은 시대적 사명과도 부응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많은 지역민들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리라 확신합니다.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공헌을 하신 회장님께 진심을 담아 이 글을 올립니다.

 항상 복된 날들 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부영건설 이중근 회장님께(2)  

        

  안녕하십니까?  여수고등학교 교장 윤문칠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2004년 화양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임하고 있을 때 화양고의 기숙사 건립을 간청 드리며 편지로 인사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도 직접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러웠습니다만 이번에 또 서간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06년 9월 1일자로 여수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리를 옮긴 후로도 항상 화양고등학교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기숙사 건립의 첫 삽을 뜨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화양고등학교에 부임하고 화양고가 발전하는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나마 밀알이 될 수 있을까 고심하던 끝에 공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교의 책임자로서 선생님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학습 지도와 학습 분위기 조성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에 부응하여 학생들도 더욱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열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시설 확충 문제였습니다. 특히 통학하는 시간도 아까워 기숙사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다 받아들일 수 없는 화양고의 기숙사 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 고민 하다가 회장님께 조심스럽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본 것인데 이렇게 좋은 소식으로 화답하여 주시니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화양고에 기숙사를 지어주신다는 낭보는 저에게도 이렇게 기쁜 소식이었는데 화양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들, 학생들, 특히 학부모님들께 얼마나 기쁜 소식이었을지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흔히들 교육을 百年至大計라고 합니다. 회장님께서 이번에 화양고에 기숙사를 지어주시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대한 공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은 화양고 학생 개개인의 성적 향상을 가져올 것입니다. 이는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될 것이며, 우리나라 현실에서 대학 진학이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그들의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더 크게 생각해 보면 지역 사회 인재 양성의 길이며, 나아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미래의 기둥에 대한 투자입니다.


  회장님께서는 분명히 이러한 사실을 이미 깨달으시고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교육에 투자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나 고향이신 전남 동부권의 교육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여수고 기숙사도 회장님께서 지어주신 것이고, 여수여고 기숙사도 몇 년 전에 지어주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부영여자고등학교 건립도 빼놓을 수 없겠죠.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해 순천 매산고등학교 기숙사 건립을 (주)부영에서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습니다. 회장님의 경영철학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의 바다와 같은 넓으신 마음 앞에 작기만 한 저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의 삶은 건물 안에서 꽃피는 것 같습니다. 건물은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이 있지만 쉽게 그 중요성을 간과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번 화양고 기숙사 건립과 관련하여 건물에 대한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건물은 인간의 행위가 펼쳐질 수 있는 터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부할 수 있는 학교, 기숙사가 없다면 그 열정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지금의 부임지 여수고등학교 기숙사, 우정학사에서도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열의가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수능 시험을 100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3학년 학생들의 열의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이것이 다 열의를 마음껏 불태울 수 있는 터전, 기숙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주식회사 부영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며 회장님의 건강에도 항상 청신호가 켜지시기를 기원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2007년 9월 5일 

여수고등학교 교장 윤문칠 드림          


2014년 우리 해드림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윤문칠 자전 에세이)에 실렸던 원고이다. 

이중근 회장님은 

내 고향 ‘재경순천향우회’ 회장직을 맡아 봉사하기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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