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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수필 이야기 12…감정의 화살

by 해드림 hd books

어렴풋이 기억하는 어느 찬란한 봄날, 나는 한 동네 어린이들이 모여서 활과 화살로 놀이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어린이들의 활은 장난감에 불과했지만,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화살을 장착하고, 목표를 정하고, 화살을 쏘는 순간, 그들의 감정과 의지가 화살을 통해 전달되는 것처럼 보였다.


수필 또한 마찬가지다. 작가의 마음속 감정, 생각, 믿음이 담긴 글자들은 화살처럼 독자의 마음에 꽂힌다. 한 문장, 한 단어에서 피어오르는 감정은 때로는 독자를 웃게 하거나, 때로는 슬프게 하며, 다른 때는 깊은 사색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 화살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날카롭게 우리의 마음을 찌른다.


모든 수필이 독자의 마음에 꽂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화살은 늘 어딘가에 남아 있다. 어린이들의 활이 아무리 가볍다 해도 그 화살은 그들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수필 또한 그렇다.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그의 활은 강력하다.


그래서 수필은 놀라운 장르이다. 글로서의 표현, 감정의 전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이 모든 것이 활과 화살처럼 담겨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수필을 통해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공감하며, 때로는 우리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 화살이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꽂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가끔은 수필 속의 문장 하나하나가 옛날의 향기와 같다. 오랜 시간이 지나 잊혀진 추억을 환기시키는 그 향기처럼, 수필의 글마다 독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아픈 기억일 수도 있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순간일 수도 있다. 아니면 고향의 풍경이나 어릴 적의 친구와의 장난감처럼, 길게는 몇십 년을 되돌아보게 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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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은 감정의 다양성을 포괄한다. 기쁨, 슬픔, 분노, 사랑, 회한... 그 중 어떤 감정이든 작가의 진심에서 나오는 글은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그래서 수필은 때로는 치유의 수단이 된다. 부서진 마음을 달래주거나, 잃어버린 감정을 찾아주는 약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또한 수필은 작가의 생각과 경험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작가가 경험한 세상, 그가 본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은 독자에게도 새로운 통찰의 기회를 준다. 그것은 마치 먼 나라의 풍경을 보는 것과 같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새로운 감정의 세계로 안내한다.


따라서 수필은 단순한 글 이상이다. 그것은 작가와 독자 사이 교감의 장, 그리고 감정의 교환의 터이다. 그 화살이 우리의 마음을 꿰뚫을 때, 우리는 새로운 감정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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